뱃길 끝나는 동서양 교류 교차점…亞-유럽 잇는 육로 길목 [신 해양실크로드] 페르시아 만의 옛 항구들

2017년 02월 14일(화) 18:58

휴양지이자 역사 유적지인 ‘키쉬 섬’. 이란 유일의 자유무역지대다.

페르시아 만에 해양실크로드의 여러 포구가 있었던 원인은 두 가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동서양 교류를 통하는 교차점(수송적환점) 이었다. 즉 동아시아(중국)에서 출발한 뱃길이 이곳에서 끝나 육상을 통해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란 지리적 위치다. 다른 하나는 그 인근에 고대부터 힘 있는 고대 왕국들 번성으로 많은 무역수요가 창출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이란고원에 페르시아 제국, 이라크에 메소포타미아 문명국 등이 그들이다. 이들 왕국은 시기를 달리해가면서 번성하여 아시아와 유럽과 연결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는 BC 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세계 최고의 문명지대였다. 수메르·바빌로니아·아시리아 등의 고대국가가 이 지역에서 흥기해 멸망했으며, 7세기 이후는 이슬람 왕국인 아바스왕조, 셀주크트루크 등이 번성했다. 이란 고원에는 고대로부터 이란 수사 지역의 ‘초가잔빌’은 BC 13세기부터 엘람왕국을 건설하고 번성했으며, BC 518년부터는 시라즈 지역에 아케메네스 왕조가 들어서서 페르세폴리스 같은 위대한 국가가 번성했고, 고대에는 이스파한 지역에 셀주크와 사파비드 왕조가 들어서서 ‘세계의 절반’이라 불릴 정도로 번성했다. 중세 이후는 테헤란에 팔레비 왕조 등이 들어서서 중동 최대의 바자르가 형성될 만큼 번성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이란 최대 무역항 ‘반다르압바스’

5천년 역사의 땅,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바다를 통해 교역으로 이어져 온 항구다.

페르시아와 말레이반도의 교류 연계성을 보여 주는 말레이시아 케다(Kddah)의 왕국 창시자 라자(Maharaja Derbar Raja) 왕 이야기, 뭄바이에 자리 잡은 페르시아 유민들 파르시(parsi) 사람들에 관한 역사를 고스라이 담고 있는 포구다.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쿠쉬나메의 설화가 숨어있고, 마르코 폴로의 원나라 공주결혼을 위한 수송과 조선 초에 중국 정화의 원정대 등에 뱃사공으로 소속했던 한반도인,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갔다 뱃사공이 돼 베네치아까지 갔던 조선인들의 발걸음이 남아 있는 땅이다. 여행 중 종종 듣게 되는 전설 같은 이야기, 유적 속에서 밝혀진 작은 진실들이 놀라운 항구다.

항구에는 고대 해양실크로드 인들의 흔적과 향기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생생한 ‘옛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박물관에는 옛 실크로드 상인들의 생활과 유물을 담고 있다. 이란 남부지역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지방 소도시에 맞지 않게, 면적이 2천㎡에 이르는 큰 박물관이었다.

길을 따라 쭉 늘어선 바자르.

▶서양열강 각축장 ‘호르무즈’

‘반다르아바스’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가면 도달한다. 해안선 24㎞의 작은 섬이다. 59도를 초과해, 그 이상 온도가 재어지지 않는 지구상 최악의 땅이다. 하늘에서 보면, 갈퀴로 긁어내린 듯 처참한 지형에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황무지의 연속이다. 불긋불긋한 처참한 색깔로 그야말로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리라 싶을 정도의 무서운 지형, 일 년 내내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리는 듯, 소금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런 땅에도 인류의 눈부신 고대문화가 녹여져 있다. 2천5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가 그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고대부터 동양과 서양을 연결해주는 해양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이었다. 배들이 이곳까지만 오면 아라비아 대상들이 물건을 받아 서양에 넘겼다. 그래서 서구 열강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해협에는 조그마한 호르무즈라는 섬이 있고, 그곳에 가면 옛 영화를 느낄 수 있다.

호르무즈 섬에 있는 포르투갈 성곽.

2천년대 초, 유명한 시뮬레이션 게임인 “대항해시대”에도 나왔던 섬이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보낸 네아르코스 장군이 BC325년 이곳에 기항했으며 13세기에는 마르코 폴로가 이곳을 들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4세기 이후 해상교역의 중심지가 돼 걸프 만 무역의 요충지로 번영했던 곳이다. 1507년 포르투갈 사람들이 지배했지만, 이후 육지부에 반다르아바스 항이 건설된 후 이 섬은 방치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풍광이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워 새로운 관광지로 뜨고 있다.


▶지하도시가 있었던 ‘케슘’

페르시아만의 작은 섬, 케슘(Qeshm) 섬! 사산왕조 시대에는 ‘아브라카반(Abrkavan)’이라고 불렸다.

지질시대에 바다 속에 잠겨 있던 지형이 솟아올라 만들어졌다. 믿어지지 않는 자연이 만들어 낸 대형 작품이다. 지층을 이룬 암석층들이 눈에 띄고, 사이사이에 바다화석도 보인다. 배를 타고 투어가 가능하다.

특히 맹그로브 정글이 아름답다. 섬의 북쪽에 포르투갈 성곽이 있다. 1507년에 ‘알폰소 엘버커커’란 무역상인이 세웠다고 한다. 당초 이란인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축조했다고 한다.

그는 페르시아 만의 입구를 차지하고, 인도와 유럽 간의 해상무역루트를 지배했다. 그후 포르투갈은 110년간(1514~1623)이나 무역독점을 지속했다.

케슘에 있는 포르투갈 성곽.

성곽(요새)는 직사각형이고, 면적이 2천㎡에 이른다. 석회석과 석고를 사용해 견고하게 축조했다. 그러나 1623년 이란의 아바스1세가 영국 해군과 손잡고 점령했다. 350년이 지났지만, 유적은 아직도 남아 있다. 현재 역사관광지로 매년 수천명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성곽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지하터널’이 발견됐다. 성 안으로 연결된 터널이었다.

포르투갈 병사의 탈출로였던 것이다. 터널은 3㎞쯤 남아 있다. 당초 15㎞ 떨어진 카바스 동굴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중국인 거주지였던 ‘키쉬’

‘키쉬(Kish)’는 면적 91.5㎢로 제주도의 4분의1 크기다. 두바이-키쉬 왕복 쾌속선도 수시로 다닌다. 경제특구이며, 국제공항이 들어서 있다. 이란 유일의 ‘자유무역지대’이다. ‘이란의 두바이’를 꿈꾸는 섬이다. ‘면세·무비자 지역’이어서, 두바이나 홍콩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곳이다. 이란 최대의 ‘해외물류·배송 허브’로 육성된 곳이다. 최근 서방 경제제재 해제에 힘입어, 이란의 대(對)서방 창구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부시르 옛 도시(발굴).

아름다운 열대 산호섬이다. 육지도 오래된 풍화작용과 해안바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거기다가 원색의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고, 사막 특유의 식생이 자라 ‘색다른 이국적 아름다움’을 보인다. 그리서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중동에서 이집트와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관광객이 많은 곳이란다. 호화로운 리조트도 있고, 면세 쇼핑센터는 물론이고, 카지노까지 갖춰져 있다.

또한 역사문화 자원도 풍부하다. 옛 해양실크로드의 거점이었기 때문이다. 곳곳에 그 흔적이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다. 때문에 현대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역사의 깊음까지 더해져 있다. 이는 이란의 개방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기대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5천년 역사 항구도시 ‘부시르'

부시르는 이란 남서부와 페르시아 만 연안에 위치한 도시다. 현재도 이란의 대표적인 항구이자 역사도시 가운데 하나다.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천281㎞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고대 엘람제국(BC 2800-550)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엘람(Elam)’은 그 서쪽에 있던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수메르’와 함께 존재했다. 엘람은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문명 중의 하나이다. 수도는 ‘수사’였고, 부시르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따라서 부시르는 BC 3천년 경부터 항구도시로 발달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BC 500년에는 페르시아제국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의 외항이었다. 자그로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발달한 항구였던 것이다. 그 이후 동서양을 잇는 해양실크로드 거점으로 2천년 이상을 발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