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간택을 받고 싶다면~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t.com

2017년 02월 15일(수) 19:46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권교체를 대의명분으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인가? 국민의당 후보인가? 도하 모든 언론이 야당 후보 중 호남 선택을 받은 이가 다음 대통령이 될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늘 호남은 국가 미래를 위한 대의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선 발밑에 떨어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호남은 누구를 선택 할까. 사실 호남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밀어냈다. 민주당 독점정치에 일침을 가하며 국민의당을 선택했던 호남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과연 어떤 야당, 어떤 후보에 관심을 보일지 온 국민의 눈이 쏠리고 있다. 지금 호남민심은 매일 요동 치고 있다. 호남민심이 바로 야권 민심의 바로미터이고, 역대 대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각 당의 경선레이스가 진행될수록 호남 구애 열풍은 가히 돌풍 수준이다.

민주당이 15일부터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할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가면서 후보들의 혈전이 시작되자 시시각각 호남의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경선은 완전국민경선제로, 일반 시민도 당원과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할 수가 있다. 따라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민주당후보는 광주·전남·전북의 민심을 얻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첫번째 경선이 호남이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는 호남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호남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호남이 가르키는 방향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선거때마다 광주에 와서 호남민심을 구애하는 정치인들에게 필자가 묻는 말이 있다. ‘왜 광주의 민심이 중요한가? 왜 호남 선택을 받고 하는가? 평상시에도 그렇게 호남에 관심이 많았나? 후보가 호남에 해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호남행 열차를 타고 호남사람 만나러 오면서, 한국정치1번지 호남경제의 낙후와 호남사람들의 피폐한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본적 있는가? 다시 꼭 묻고 싶다. 당신들이 호남에 원하는 만큼 호남에 무엇을 주었는가. 물론, 선거에 승리하면 뭐든지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면 다들 마음이 달라졌다.

지금, 어떤 후보도 호남 지지율을 낙담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은 유동적인 호남민심이 각종 변수에 따라 언제든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호남민심은 여전히 관망세다. ‘누가 더 정권교체를 잘 할 것인가’ ‘호남차별을 해소해줄 것인가’ 호남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탄핵심판 결과와 국민의당의 재도약 여부, 민주당 후보의 활동에 따라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호남구애 작전을 펴고 있는 대선 후보들, 이미지 경쟁에만 열을 올리지 말라. 호남이 달라졌다. 마음만 맞으면 몰표를 몰아줬던 호남이지만 많이 달라졌다. 광주·전남·전북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으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약 실천이 이뤄지지 않아 철저하게 호남 소외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다음 정부를 맡겠다는 대통령 후보는 호남의 미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말해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시기와 절차, 예산 등의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고 핵심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의 골간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필자는, 이번주에 호남에 온 대선후보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탄핵 인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윤장현 광주시장이 ‘표를 달라거든 광주 시민이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지,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살펴서 진정성을 갖고 응답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질문이다. 윤시장이 정치인들을 향해 ‘정치의 계절만되면 5월정신을 따르겠다며 광주로, 망월묘역으로 모여드는데 늘 호남의 표를 얻으려고 지역을 시험에 들게 하고 유력인사들을 줄세우느라 지역은 아픈 분열 속에 휩싸인다’는 지적은 맞다. 더불어 ‘때만 되면 광주의 역사적 가치만 외칠 것이 아니라 소외되고 차별받은, 아픈 광주의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었는지 시민들께 보고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현재 대한민국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다. 이걸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지만 이걸 완화하지 않고는 지금 체제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문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신자유주의 30년이 만든 폐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엔 전체적인 사회불평등 속에 호남차별이라는 또 다른 지역차별까지 존재한다.

지난주 칼럼에 이어 다시 강조하건대, 대선후보는 국민촛불민심 이전에 호남민심촛불에 들어있는 ‘호남차별’에 대한 분노 해소책을 명료하게 얘기해야 한다. 호남의 청년들이 묻는 ‘왜 우리는 상대적으로 못사는가?’ ‘왜 우리는 상대적으로 취직이 안되는가?’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 공약해야 한다.

이제 호남은 표만 생각해서 지역의 현안에 대해 깊게 살피지 않고 구호만 외치는 후보를 가려볼 것이다. 윤장현시장이 말했듯, 유력한 호남후보가 없다고 해서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나 승리를 위한 종속변수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 5·18국립묘역에 무릎 꿇고 역사 앞에 마음을 다질 때, 바로 이곳이 광주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광주의 마음을 얻으려면, 광주의 아픔이 뭔지도 알아야 한다.

/ssnam48@kjdail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