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인권침해 첫 국가배상 판결에 대해

2017년 02월 16일(목) 19:55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한센인들이 당한 참혹한 차별과 폭력을 낱낱이 고발한다. 그곳에 사는 그들은 한센인이라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참으로 슬프고도 억울한 역사를 살아왔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 할 한센인들의 단종(斷種·정관 절제)·낙태 조치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결정을 내렸다.

한센인을 상대로 국가가 자행한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수 있다.

대법원 민사3부는 15일 한센인 19명의 국가소송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천만원,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천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록도는 비극의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아직도 많은 한센인이 모여 산다. 이들의 인권이 참혹하게 유린당한 뿌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부부 동거를 조건으로 소록도 한센인은 단종 수술을 강요받았다. 거부할 경우 폭행, 협박 감금이 자행됐다고 한다.

‘한센병은 유전된다’는 무지 속에 1980년대까지 이뤄진 한센인 강제 수술은 자의적인 국가폭력에 다름없다,

당시 피해를 본 한센인들은 2007년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낙태·단종 피해자로 인정 받았으나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자 2011년부터 기나긴 소송을 끌어왔다.

배상 소송이 제기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국가가 먼저 사죄하고 피해를 보상했어야 했다.

천부적 권리를 빼앗긴 비극적인 사건인 만큼 사법부가 뒤늦게나마 한센인들의 권리를 인정,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일반인의 인식 부족으로 일부 주거 격리가 현존하나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국가·사회의 몫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우리 시대 소외되고 차별받는 인권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