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향의 눈물 시민이 닦아줄 때다 황하택 |
| 2017년 02월 19일(일)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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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영산강 유역의 마한은 농경문화의 중심지로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집단으로 수시로 ‘수십 명씩 어울려 몇날 며칠을 땅을 밟고 뛰며 노래하였다’고 한다. 이는 이 지방의 집단가무로 고려 때 속요와 단가를 위시하여 조선시대에 시조와 가사 판소리 등에 걸쳐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배출시킴으로써 문학예술이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선도적인 요람의 역할을 하는데 기여해왔다. 이러한 연유와 찬연한 예술로 인해 광주전남을 예향으로 불러져 왔다 하겠다.
우리나라 지세와 아름다움을 가리켜 금수강산이라 하듯이 한반도 서남부에 위치한 광주·전남은 수려한 경관과 풍부한 물산으로 천부(天賦)의 문향(文鄕) 요건을 갖추고 있다.
노령의 산줄기는 산수화 병풍으로 아로 새겨 펼쳐 있듯 장관이다. 서와 남의 바다의 물결 위 섬들이 동백꽃잎인양 동당거리는 다도해에 제여곰 구슬로 떠서 어머니 숨소리 같이 비단결 같은 산야를 누비고 보성, 섬진, 탐진, 영산강으로 흐르고 있는 탯줄 같은 맑은 강들은 금상첨화로 시와 문학이 흐르고 있다고나 할까.
이러할진대 ‘경상도는 학문이요, 전라도는 문학’이라 일컬어 오듯 경상도 쪽 여행을 하다가 대구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현판에 ‘학자지향-대구’라는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부터 문학의 요체를 북쪽은 산문이요 남쪽은 운문이라고 일컬어진 것 역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리 광주도 대한민국 문학메카의 본령임을 정립시키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문향 광주·전남에 전국지역문학인 600여명을 초청한 전국지역문학인 교류대회장에서 문학 메카 본질의 뜻을 만천하에 선포함으로써 이제 예술의 장자인 문학이 제2 르네상스의 빛이 되어 세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모든 자연이치가 그러하듯 문학예술도 본향을 말하여 주고 있지 않겠는가. 이렇듯 후대에 물려줄 문학적 자산을 위해 전남문학변천사, 광주·전남문학통사, 각 장르별 광주·전남문학대표작선집 등 20여 년 동안 문학역사 자료집을 완성시키기도 하였다.
문학을 필두로 예향 광주·전남이라는 어원답게 고려시대에 해동 제일 문장가를 일컬어지기도 하였던 광양출신 김황원을 비롯하여 광양출신 신재 최산두는 생원시에 장원 급제하여 한 시대에 널리 회자된 명 문장가들이였다.
조선시대 중엽의 17세기 초 이수광의 ‘지봉유설’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10대 시인은 모두가 광주·전남 출신이라고 열거하였다.
담양 면앙정 송순, 관서별곡을 남긴 장흥 백광홍, 관동별곡을 쓴 담양 송강 정철 등의 가사문학 산실로써 번성하였고, 해남의 고산 윤선도 등 많은 시조 시인들을 배출한 곳이며, 18세기에도 많은 실학파의 문인들과 19세기에 오면서 다산, 추사 등 많은 유배된 문학예술인들 뿐 아니라 광양 매천 황현 역시 선비로서 국난에 대한 ‘절명시’시로는 세계 유래가 없는 충절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한문으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문집은 없지만 일부작품만 남긴 작가들까지 포함하면 지역 문화권으로 보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김대현 교수는 말하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정소파시인은 건국기념 백일장을 정부 주관으로 당시 이승만 대통령께서 ‘독 임란사 유감’이란 시제로 6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원으로서 최고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도 하였음은 어찌 문향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무수한 향기로운 문학이 숨 쉬고 인자한 남도인들의 정의와 예술의 감각이 이러하듯 토양에서도 영향이 있다하여도 큰 무리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예술의 장자라고 일컫는 문학이 중심이 되어 예향이요 문학메카인 이 땅에 수많은 세월 속에 도도히 흘러옴이란 우연한 이치가 아님을 감히 힘주어 말할 수 있다고 한들 무슨 말이 또 필요하겠는가.
예향이란 예술의 장자인 문학인들만 공유한 것이 아니라 남도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한 예술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예향 문화 수도 광주라 한다. 더욱 광주·전남이 대한민국 문학메카라고 전국의 문학인들에게 각인 되었다함은 기정사실이 아니겠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문학이 절대 필수 요건중 하나가 ‘문학관’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가히 인식이 되어 있음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필연적 사실일진데 광주에 ‘빛고을문학관’을 10년간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런저런 사유로 빛바랜 예향의 문화수도란 천빈한 모습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만 하다.
문학관이 없는 텅 빈 강정의 문화수도 이를 아쉬워함은 어찌 문학인뿐이겠는가. 문화인이라 자처한 문화시민의 그 위상마저 역시 처마 끝 고드름처럼 위태로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오! 광주여, 예향의 중심부 그 위치를 바로 서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