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탈과 절망을 위로받자 조영환 |
| 2017년 02월 20일(월)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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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허탈과 절망의 시대에 적절한 치유의 마음이 없을까. ‘논어’의 자장(子張)편에 나오는 견득사의(見得思義)라는 말이 떠오른다. ‘눈앞에 이익이 있으면 반드시 이것이 의로운 도리에 합당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는 의미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이 죽기 전 기록된 말이 있다. ‘헛되고 헛되면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고백했듯 사람은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귀와 영화가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했다. 재물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이것이 과연 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익이 있는 곳에 욕심의 죄악이 들끓게 마련이니 그때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곧바로 허탈한 한숨이 새어나온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가 답답한 체중에 막혀 있는 듯해서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만연하고 부조리와 권력과 편중된 자본은 온갖 특혜와 불평등을 낳았다. 반목과 갈등이 커지고, 미래 세대는 절망의 늪에 빠져있다. 중국 <후한서> ‘경엄전’ 중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는 말은 허탈과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로해준다.
후한의 ‘광무제’와 그 수하 장수 ‘경엄’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써 흔히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 일컫는 이 말은 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음을 비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담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어두움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환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진리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불의와 탄압이 몰려올 때 역풍으로 작용한다.
특히 새해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려거든 절처봉생(絶處逢生)과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절처봉생은 ‘궁박한 끝에 살길이 생긴다’라는 뜻으로 부귀영달이 극도로 달한 사람은 쇠퇴할 염려가 있으므로 행동을 삼가야 함을 비유해 이른다. 반면 항룡유회는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 밖에 없어 후회한다는 뜻이다. 부와 정점에 선 자는 반드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꼬집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동양철학에 극즉반(極卽反)이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어느 극점에 다다르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제 내려올 일 밖에 남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신호이다. 그러니 온유하고 배려하고 겸손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소통의 확장을 경청해야 한다. 가정이나 조직,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사람은 어느 위치에 올라가면 자기 경험과 지식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혼란이 오고 난제가 되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고름은 도려내야 한다. 지도자는 쓴소리 듣는 것을 싫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런 장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신념이나 학설(dogma)에 빠진다.
현실은 여전히 춥고 어두워 보인다. 상실과 공황이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마음 아픔의 세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때 일수록, 불신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가 국민들의 가슴에 등불처럼 타 올라야 한다. 열매를 거두기까지 씨를 뿌리고, 수확하기 위해 1년 내내 가꾸어야 한다. 비가 그치면 우리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면서 위로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