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代 신라를 ‘계귀’라 부르며 상호 교역했던 타밀왕국 [신 해양실크로드] 남인도의 마하발리푸람 (1)

2017년 02월 21일(화) 19:02

마하발리푸람의 상징 ‘해변 사원’

남인도는 아주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역사는 ‘무역의 역사’다. 이들의 해양무역 이야기는 그리스나 로마의 역사가들에게 알려져 기록됐다. 이곳엔 아주 긴 역사의 고대왕국이 존재했다. 이들은 먼 옛날부터 해상교역을 왕성하게 했고, 아주 높은 수준의 경제적인 부를 이뤘다. BC 1천2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팔레스타인과 접촉했으며, 벵골 만을 건너 동남아 여러 섬들과 교류했다. 문헌에 의하면, 이미 기원전부터 황금의 땅 ‘수와르나 부미’를 찾아 동남아를 항해했다고 전해진다. 마치 유럽인이 황금을 찾아 신대륙을 찾아 항해했듯이…. 역사가들은 “아랍인들이 인도항로(아라비아 해)를 개척하고 주름잡았다면, 남인도인들은 동남아항로(벵골 만)를 개척하고 주름잡았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동남아가 중국보다도 인도문화가 더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을 봐도 그렇다. 고대 해상실크로드 항구였던 ‘마하바리푸람’에는 옛 화려했던 영광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신라를 ‘계귀(鷄貴)’라 부르며 교역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고대문화에까지 적지 않는 영향을 키쳤다. 신라 왕릉이나 박물관에 여러 유물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문화는 한반도에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깊은 역사를 지닌 ‘무역 왕국’

인도 남부에는 고대부터 왕성한 해상교역을 하는 왕국이 있었다. 이곳은 ‘코로만델 해안(Coromandel Coast)’이라 부른다. 전남·북도 면적만한 크기다. 해안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다. 앞 바다에는 산호섬들이 줄지어 있다. 삼림은 거의 없다. 일찍부터 벼농사가 행해진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남인도는 아소카왕 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때도 정복되지 않은 채 왕국이 유지됐다. 촐라, 체라, 판드야의 3 왕국은 마우리아 왕조에 대응해 독립해서 존재했다. 그래서 지금껏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드라비다족의 문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도 이 지역은 마하발리푸람과 마말라푸람 등지에 많은 사원이 세워져 옛 부터 ‘사원의 땅’으로 알려져 왔다.

BC 1천200년경부터 바다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팔레스타인과 접촉했으며, 아라비아해, 페르시아만, 홍해를 연결하는 해상무역을 벌였다. 기원 전후로는 벵골만을 건너 동남아의 여러 섬들과도 교류했다. 그 결과 기원 전후로 인도의 문명이 이들 지역으로 전파됐다. 실제로 ‘라마야나’에서 라마가 사랑하는 아내 시타를 구하기 위해, 남쪽 랑카 섬까지 여행했다고 나온다.

거대한 석조사원 ‘파이브 라타스’에서.

남인도는 BC 100년경에는 남인도와 로마제국의 해상무역이 매우 왕성했다. 이때 로마에서는 인도로부터 해마다 막대한 양의 향료, 면화, 진주 등 물품들을 수입했다. 폰디체리와 코치 등이 전초기지였다. 발굴된 유적과 출토된 화폐가 증명한다. 당시 남인도에는 촐라, 체라, 판드야의 세 왕국이 존재했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경제적인 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스의 역사가 ‘메가스테네스’는 판드야 왕국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당시 이 왕국은 여왕이 다스리고 있었으며, 500마리의 코끼리와 4천명의 기병, 13만명의 보병으로 구성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민은 드라비다(타밀)인이었다. 그들의 토템적인 씨족체제를 구성하고 있었다. 토템 신앙으로,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나야르족의 뱀 숭배가 좋은 예이다. 그들은 토테미즘 위에 북쪽 아리안 족의 신앙인 불교와 자이나교 영향을 앞서 받았고, 굽타왕조 때 본격적으로 힌두이즘을 받았다.

아랍인들이 인도항로(아라비아 해)를 개척하고 주름잡았다면, 인도인들은 동남아항로(벵골 만)을 개척하고 주름잡았다. 인도인들이 기원전부터 벵골 만을 항해했던 것은 계절풍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선박은 풍선(風船)이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몬순(계절풍)에 크게 의존했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항해 방향이 달랐다. 한 번 이동한 배는 다음 계절풍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즉, 계절이 바뀌어야 항해가 가능했다. 계절풍은 6개월 간격으로 바뀐다. 그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 때문에 낯선 이국땅에서 일정기간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자연환경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상당기간씩 살도록 만들었다. 21세기 언어로 ‘무역형 디아스포라 집단’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종교와 언어를 비롯한 문화와 다양한 습속이 교환됐다.

마하발리푸람 시가지.

▶신라와도 밀접한 교류

당시 인도에서 고려국(高麗國)을 구타의설라(俱陀醫說羅)라 불렀다. 꾸타는 계(鷄·닭)이고, 의설라는 귀(貴·귀한 것)를 말한다. 그런데 ‘구타의설라(俱陀醫說羅)’는 ‘계귀’ 즉 신라를 지칭한 것이었다.

부언 설명하면, 당시 아직 고려가 성립되기 이전이어서, 여기서 말하는 고려국은 곧 고구려를 지칭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당시 중국 등 해외에서 고구려를 고려로 지칭하는 것이 관례였다. 고대에 고구려나 신라가 서역에 전해지기를 “그 나라는 계신(鷄神·닭 귀신)을 섬기기 때문에, 그 털을 머리나 무기에 꽃아 장식으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의정이 탄 배의 상인들은 고구려가 아닌 신라인들로 봐야 옳을 것 같다. 당시 신라 수도였던 월성(경주)을 ‘계림(鷄林)’이라 했기 때문에, 계귀(鷄貴)는 고려국이 아니라 오히려 신라로 보아야 옳기 때문이다.

당나라 고승 법현의 글에서도 계귀(鷄貴)라는 말이 나온다. 그는 역사적으로 인도 땅을 최초로 밟은 중국인이었다. 법현은 중국 광저우에서 무역선을 타고 적동의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길고 긴 항해를 계속해 마침내 인도 땅인 갠지스강 하구에 위치한 ‘탐나립티국’의 포구에 도착한다. 심한 뱃멀리와 온갖 풍토병에 시달리면서도 긴 항해를 무사히 견뎌내고 마침내 꿈에도 그리는 천축국(부처님의 나라)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자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눈물을 흘렸다.

세계 최대의 암벽 조각인 ‘아르주나 고행상’

그는 이곳에서 무려 2년간을 머물다가 배를 타고 스리랑카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중국으로 귀국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그는 상인의 큰 배를 얻어 타고 서남으로 향해 초겨울의 신풍을 얻어 주야 14일 만에 최종 목적지인 ‘사자국(스리랑카)’에 이르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스리랑카 갈레 항은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다. 아랍과 페르시아 배들은 물론이고 중국 배들이 무역했다. 법현은 이곳에서 1년 정도 머무른 후 중국으로 귀국했다.

▶번성했던 고대 무역항

가는 도중에 법현은 남인도의 ‘마하발리푸람’에 잠시 머무른다. 남인도에는 고대에 ‘세라·콜라·판디아’ 등 3개의 타밀왕국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외항은 ‘마하발리푸람’이었다. 당시 남인도 타밀왕국의 최대 항구였던 것이다. 대표적인 고대 실크로드 항이었다. 내륙에는 번성했던 고대도시 ‘칸치푸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항구는 첸나이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져 있다. 그리스 프톨레마이오스(AD 140년)는 이곳을 매우 북적거리는 항구로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기원전부터 유럽에 알려졌을 만큼 유명한 항구였다.

고대 남인도의 무역상들은 이 항구로부터 바닷길에 나섰다. 고대 로마의 동전과 중국의 동전이 발굴됐다. 남인도의 설화인 톤나이 나두(Tondai Nadu), 니르페야루(Nirppeyyaru) 항구의 칸치푸람에 존재했던 왕 톤다이만 일람 티라이야(Thondaiman Ilam Thiraiyar)의 통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항구에는 지금도 위대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어 당시를 회상하게 하고 있다. ‘해변사원’이 대표적이다. 해변사원은 남인도 토착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닷가에 5층과 8층 석탑을 동서로 연결한 이 사원은 내부에 시바 신의 상징인 링가를 모신 신전이 동쪽으로 향해 있고, 맞은편에는 비슈누 신상이 모셔져 있다. 외부 벽면의 사방에는 각종 신들의 조각상과 동물상이 생동감 있게 조각돼 있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세계 최대의 암벽 조각인 ‘아르주나 고행상’이 위치해 있다. 길이 27m, 높이 9m의 거대한 암벽을 둘로 나눠 양쪽에 대서사시가 조각돼 있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왕(아르주나)가 시바 신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고행하고, 그로부터 힘을 받는 장면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 벽화는 후에 힌두문학과 조각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