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갖자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7년 02월 22일(수) 19:39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무지렁이에 불과한 최순실이라는 한 여인에 의해 빚어진 국정 농단과 국기 문란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호는 지금 침몰 일보 직전에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 같은 기막힌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공황상태다.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세계인들의 조롱거리마저 되고 있다.

그런데 교수신문은 지난 병신년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이를 풀이하면 ‘백성은 물, 임금은 배로,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국민들은 매 주말마다 백만, 이백만 촛불을 밝히면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박 단체들은 탄핵 시 폭동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변호인들은 ‘촛불 민심은 국민 민심이 아니다’라는 궤변으로 국민의 뜻을 폄하하고 왜곡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세 번씩이나 사과 담화를 하고도 스스로 한 약속마저 파기했다. 그리고 거짓말과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듯 몽니를 부리고 있다. 결국 대통령은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을 저버린 채,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는 물론 국민적 신뢰, 리더십 모두를 잃었다. 그런데 그동안 대통령 곁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해 온 어느 누구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솔한 사과를 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국민 앞에 진실로 참회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이전투구(泥田鬪狗)의 꼴사나운 모습으로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또 어느 신당은 당을 박차고 나와 자신들은 깨끗하고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 신 보수를 가장한 채, 신분 세탁마저 하고 있다. 그 후안무치함에 할 말이 없다. 생업을 제쳐 두고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주말마다 힘차게 촛불을 밝히고 있는 국민들은 그저 그들의 권력 유지와 부귀영화를 위한 한낱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정당은 물론 대권 주자들 모두 국민들을 볼모로 정권 획득에만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촛불 민심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뿐, 정체성도 없고 진정성도 불분명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경제는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고, 서민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해 실업자 수는 사상 처음 백만명을 넘어 섰으며, 청년 실업률은 2년째 최악의 수준이다. 동북아 정세 또한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를 빌미로 노골적으로 경제 보복에 나섰고, 일본은 부산 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통화 스와프 논의 중단을 선언하고 대사를 귀국 조치했다. 대한민국은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트롤 타워를 완전히 상실한 정부는 물론 여야 대선 주자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관심 밖의 일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의, 윤리, 도덕 모두 한꺼번에 무너져버린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절망보다는 그래도 희망을 갖고 싶다.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천만 촛불의 힘이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성을 만천하에 이를 증명하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