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헬기서 불 뿜는 것 봤다” 5·18진실규명지원단, 옛 전일방송 직원 22명 집단 인터뷰 시민군 강력 저항 전일빌딩 7층에도 헬기 사격 집중 市 “7층 정밀조사·피탄흔적 등 통해 사격 날짜 규명”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7년 02월 23일(목) 20:12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방송 재직자들이 23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헬기사격으로 추정되는 총탄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전일방송은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7-10층에 입주해 있었다. 광주시는 이날 현장 방문에 앞서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당시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헬기 사격 총탄 흔적 등을 채증하기 위해 집단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5월27일 새벽 헬기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고 도청 쪽으로 뛰어갔다. 당시 도청 쪽으로 날아가는 헬기가 사격하는 것을 봤으며 헬기가 파바닥 소리를 내며 빨간 빛을 뿜어냈다.”(전 전일방송 프로듀서 이상옥씨)
“10층 유리창 총구멍과 함께 바닥에는 사선으로 패인 총탄 흔적이 많이 있었다. 당시에도 유리창 총구멍과 패인 총탄 흔적을 연결해보니 공중에서 쐈다는 결론이 쉽게 나왔다. M16이 아니고 더 센 총인 것 같았다.”(전 전일방송 아나운서 최경천씨)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공중사격이 자행됐다는 당시 전일방송 재직자들의 집단 증언이 쏟아졌다. 특히 전일빌딩 7층에서 시민군이 강력하게 저항했던 것을 감안할 때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단순 위협 수준을 넘어 조준 사격의 개연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3·6면

광주시 5·18진실규명지원단은 23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20분까지 80분 동안 5·18기록관 7층에서 1980년 당시 전일방송에 근무했던 재직자 22명을 대상으로 집단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날 집단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에 따라 5·18 전문가 7명이 개별 면담 방식으로 ▲전일빌딩 구조 ▲주요 피탄 지점 ▲헬기 공중사격 여부 ▲탄피 등 흔적 보존 여부 ▲집단발포일인 21일과 27일 항쟁 최후 진압 이후 상황 등을 집중 조사했다.

전일방송 재직자들은 이날 “당시 7층 기술부 사무실에 헬기로 추정되는 강력한 탄환과 그 흔적이 존재했으며 기술부에는 시민군이 사용한 칼빈소총, 대검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전일빌딩 중에서 높은 층인 7, 8, 9, 10층에 피탄 흔적이 집중 분포했고 그 중에서도 7층 기술부, 공개홀 주변에 탄피와 탄흔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기술부 엔지니어였던 천길홍씨는 “5월27일 항쟁 진압 후 출근해 보니 7층 기술부 금남로 쪽 유리창을 관통한 총탄이 사무서류가 들어 있던 철재 캐비닛을 뚫고 기술 서적 3-4권에 박혀 있었다”며 “사무실 바닥에도 총알 5-6개가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천 씨의 이야기는 기술부 직원이었던 홍기정(69)·오영윤(69)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또 당시 아나운서였던 최경천(74)씨도 목격했다.

전일방송 기술부 캐비닛의 방송기술 관련 서적에 박힌 총탄은 일반 M16총탄이 아닌 강력한 화기로 추정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5월27일 새벽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당시 프로듀서 이상옥(68)씨는 “27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송국에 올라가니 7층 조정실에 칼빈 1정, 대검 1정이 있어서 광주경찰서(현 동부경찰서)에 갖다 줬다”고 덧붙였다.

전일빌딩 7층 기술부에 대한 집단 탄흔은 전일방송 재직자 전원에게서 동일하게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정밀 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당시 청원경찰이던 진태연씨는 “총탄자국은 2층 공무국과 7, 8, 9, 10층 유리창에 총자국(유리창에 총구멍)을 발견했다”며 “주로 1-2층은 아니고 높은 7-8층에 집중돼 있었다. 동쪽 상무관 방향에도 총탄 흔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집단 인터뷰 후 면담 조사위원들은 전체 회의를 열어 “전일빌딩에 대한 공중사격 및 탄흔은 전체 10층 규모 중 7, 8, 9, 10층에서 다수 발견됐으며 특히 기술부와 주조정실, 공개홀이 있던 7층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7층에서 시민군이 사용했던 대검과 칼빈총이 발견됐던 점으로 미뤄 공개홀 등 7층에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저항했거나, 주요 활동거점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사위원들은 “전일방송 당시 근무자들이 20일 밤 11시 이후 방송이 중단되면서 21일부터 27일 또는 27일 오전까지 사실상 출근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전일빌딩에 대한 공중사격은 27일 새벽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앞으로 헬기 공중 사격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전일빌딩 7층에 대한 정밀조사와 피탄 흔적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격 날짜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또 당시 군 기밀분서를 입수해 항공 무기체계의 광주 투입 경위, 헬기 기동 상황, 항공 부대 지휘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