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장비 도로 점거 ‘교통대란’ 건설노조, 남구청 인근 120여대 동원 규탄 집회 인근 도로 주차장 방불…경찰 미숙한 대응 눈총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

2017년 02월 23일(목) 20:12

도심 중장비 행렬 23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조합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건설기계지부는 남구 효천택지개발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며 이날 도심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이하 건설지계부)가 남구 등 광주지역 행정기관 곳곳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가진 과정에서 무질서한 진행이 도마위에 올랐다.

여기에다 경찰은 사전에 동원 차량 등을 파악하지 않고 집회를 허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체증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운전자들부터 눈총을 사고 있다.

23일 건설지계부와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건설지계부 노조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남구청 앞에서 시공사와 남구를 규탄하는 내용의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효천택지개발 시공사 측이 ‘공사현장에 건설기계장비가 필요한 경우 협의를 통해 장비를 수급한다’는 합의를 어기고 사업자 단체인 연합회를 내세워 공사를 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방진펜스 임의 철거, 불법과적, 건설폐기물 방치, 오염물질 무단 방류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남구는 시정명령 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집회 내용과 관계없이 이날 동원된 건설 중장비 120여대가 인근 차로를 점거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회가 열리는 도중에 이 일대가 마치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남구청 앞.

남구청 앞 차로에서부터 대화아파트 앞 삼거리까지 양방향 끝 차로에 화물차 등 건설 중장비가 점거한 모습이다. 1개 차로만 차지한 곳은 그나마 교통흐름이 나은 편이다. 주월동 광명메이루스 앞 사거리 등 일부 구간에는 2개 차로에 걸쳐 화물차들이 점거한 곳도 눈에 띄었다. 인근에서 직접 육안으로 확인된 불법 주정차 차량만 128대에 달했다. 몇몇 경찰관들이 현장에 자리했으나 불법 주정차에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이곳을 통행하는 운전자들만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운전자 임모(40)씨는 “아무리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통흐름까지 막고 집회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 행동이다”며 “이곳 집회에 건설 중장비가 동원될 경우 교통체증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집회를 허락해준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집회를 허락해준 남부경찰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집회 당일 인력을 투입해 교통관리에 나섰고 일대 차로에 불법 주정차한 화물차 등은 구청에서 단속해야 할 업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남부경찰서는 이날 집회와 관련 차량동원 사항은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건설 중장비를 ‘시위용품’이 아닌 ‘이동수단’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내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주요교차로 중 하나인 남구청 앞 백운교차가 130여대의 건설 중장비가 보란 듯이 점거한 셈이다.

이에 대해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옛 보훈병원 일대와 인근 교회 등 총 100여면 규모의 임시주차장을 이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운전자가 자리에 없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해당 구청에서 과태료 부과 등 조취를 취할 사항이다”고 해명했다.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