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동안 묘지서 펼쳐지는 해원·상생의 빛 제1묘역 11개 묘비 스크린 삼아 매시 정각 라이브 퍼포먼스 다채 내달 1일까지 크라우드 펀딩 진행 ‘산자와 죽은자의 미디어 툼스톤’ 10-11일 5·18국립묘지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03월 02일(목) 19:54

‘산자와 죽은자의 미디어 툼스톤’ 라이브 퍼포먼스 가상 이미지. /사유진 감독 제공

1980년 당시 광주 북구 중흥동 평화시장 인근 맨홀뚜껑 위에서 임신 8개월의 여성 최미애(당시 23세)씨가 공수부대원의 총격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최씨의 어머니 김현녀씨는 그 처참한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를 다룬 ‘시네-댄스(cine-dance·춤과 영화를 결합한 장르)’ 영화 ‘햇살댄스프로젝트 ver.광주’는 2012년 한국무용가 최아름씨의 춤으로 최씨의 사망과정을 춤으로 표현했고, 어머니 김현녀씨는 자신의 딸이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고 오열했다.

5·18민주화운동으로 목숨을 잃은 최미애씨의 묘역을 중심으로 미디어파사드를 활용해 다시 한 번 희생자 원혼 달래기에 나선 프로젝트가 있어 화제다. 바로 ‘산자와 죽은자의 미디어 툼스톤’이다.

이는 지난해 광주콘텐츠코리아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하고, 지원금 600만원을 받으면서 실행이 가능케 됐다.

공개하기도 전에 이 작품은 관심을 모았다. 우선 프로젝트 전체가 5·18국립묘지에서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장장 12시간 동안 진행된다는 점에서였다.

프로젝트의 기획자 사유진 감독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사 감독은 “현재를 살고 있는 어머니와 5·18 당시 이유도 모른 채 죽은 딸이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만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가족의 영상 인터뷰, 5·18 기록 영상, 아트 영상 등을 미디어파사드로, 여기에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더해 12시간 동안 촬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묘비를 스크린 삼아 미디어파사드를 비추고 있는 모습.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5·18민주묘지 제1묘역에서 최미애씨의 묘역을 중심으로 인근 11개의 묘비에 미디어파사드를 비추고, ‘인권’과 ‘가족애’를 주제로 매시 정각마다 아티스트 12명이 순서대로 라이브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퍼포먼스는 시낭송, 춤, 비문 낭독, 성악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진다. 참여 아티스트 중에는 광주 아티스트도 있다. 동요를 부르는 김성범·김참들 부녀, 5·18 당시 증언을 낭독하는 윤미란 연극배우, 한국무용가 김지나씨 등이다. 이외에 희생자 유가족들도 이날 프로젝트에 일부 참관한다.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인 11일 오전 6시께는 ‘평화의 춤’을 주제로 전 출연진과 스태프, 참관인 등 40여명이 모여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전 과정은 인터넷 생중계로 송출되며 편집 이후 광주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등 각종 국제 비엔날레에 전시하는 것 뿐 아니라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 상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나절 만에 촬영은 끝나지만, 이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데 600만원이란 예산은 턱없이 적다. 이에 사 감독은 펀딩21(www.funding21.com)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1천만원의 기금을 모으는 중이다.

사 감독은 “영상 제작·편집·기술팀 등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지원금만으로는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5·18이란 역사적 사실과 희생자, 유가족의 해원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