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의 어머니’ 조아라 여사를 기리며 홍인화 |
| 2017년 03월 30일(목)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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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장로로 계몽운동에 힘쓴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나주 출신인 조아라 선생은 1923년 고향을 떠나 광주 수피아 여학교에 진학하면서 스승이자 여성운동의 선배인 김필례 선생을 만납니다.
1931년 수피아여학교를 졸업하고, 서서평(徐徐平)선교사가 세운 이일학교(李一學校)교사로 일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그만두고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관계되었다는 이유로 동문 18명과 함께 1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이후 1936년 수피아 여학교가 신사참배·창씨개명을 거부해 폐교될 때 조아라 선생은 또 한번 1개월간 감옥살이를 합니다. 당시 조아라 선생과 김필례 선생을 비롯해 30명이 함께 연행됩니다. 수피아 여고 폐교에 이어 대표적인 기독교 시민단체인 광주 YWCA도 1938년 폐쇄되었고, 1943년에는 광주YMCA마저 폐쇄되기에 이릅니다. 광복을 맞이했을 때, 조아라 선생은 폐허가 된 광주를 위해 여러 가지 일에 나섭니다.
전쟁고아를 거두고 가르치기 위해 성빈여사와 호남여자 기숙학교를 세운 게 그 첫 번째 일입니다. 성 판매 노동자 여성들을 재활하는 기관인 계명여사와, 한글을 가르치는 야학인 ‘별빛야학’과 가정법률상당소와 농촌계절탁아소 등을 운영하였습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려는 소비자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조아라 선생이 가장 공들여 했던 일 중에 하나는 YWCA회관의 설립입니다. YWCA회관은 기독청년여성단체의 건물인데, 그야말로 조아라의 마음과 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YWCA회관은 특히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에서 중요한 본부역할을 했습니다. 조아라 선생 역시 YWCA회관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 끌려가 6개월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감옥에서 조아라 선생은 자신과 함께 하던 동료들이 죽거나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며 몹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도 부상자와 사망자 처리에 전념하셨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업추진회, 광주 국제사면위원회, 국민운동 전남본부, 21세기 여성발전위원회, 광주여성정치연맹 등의 고문을 지내셨습니다. 이때부터 ‘민주화 운동의 대모’,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바른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조아라 선생. 이런 분이 광주에 존재하셨다는 것은 큰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학교이자 선생의 모교인 수피아여고 70주년을 맞아 필자가 작성했던 조아라 선생의 기념사를 나누며 선생이 지향했던 교육의 의미와 가치관을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대학에 잘 보내는 것은 교육의 사명이 될 수 없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교육이라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교육을 받은 사람은 대학으로 가든지 사회로 나가든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인간적, 사회적, 역사적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것이 수피아의 존재 의의와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