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하천도 건강 진단이 필요하다 조영관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학박사

2017년 04월 09일(일) 19:45

깨끗한 물이 흐르는 냇물은 동네 여인들이 모여 빨래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남자들은 물고기를 잡아 천렵하며 함께 어울리는 소통과 휴식의 장소였다. 어린이들에게는 멱을 감거나 징거미새우나 피라미를 잡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던 놀이터가 하천으로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가난한 시절의 옛날에는 다슬기와 물고기를 잡아 부족한 단백질을 공급했던 훌륭한 영양공급처이기도 했다.

하천은 크게 이수와 치수 그리고 환경기능의 3가지 역할을 하는데, 이수기능은 마시는 물과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수자원으로서 기능이고, 치수기능은 홍수나 재해 예방을 위한 기능으로 예로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하천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시의 확장으로 도심 속을 관통하는 하천이 늘어나면서 동식물에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태적 기능과 오염물질을 깨끗이 하는 자정기능, 도시열섬과 기후변화의 완화를 위한 기능과 아름다운 경관을 이뤄 힐링이 되는 심미적 기능 그리고 인간에게 쉼터와 여가활동을 위한 기능 등 환경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생활필수품이 부족하여 웬만한 것은 재활용이 몸에 배어 있어서 오염물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약간의 오염물은 자정작용 때문에 깨끗한 수질상태로 유지되었다. 우리의 인식 중에 오물이나 쓰레기를 하천에 버려도 비가 오면 모두 씻겨 내려가 버린다는 관념 때문일까,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오염원이 증가되었는데도 이런 행위가 이어져 하천이 냄새나는 시궁창으로 변한 때가 있었다. 하천의 자정작용 용량이 초과하여 더 이상의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만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지, 지난달 광주 수완지구를 거쳐 흐르는 풍영정천에서 일어난 기름오염사고도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일부러 버린 것이 아닌가 추정이 된다. 비가 오는 틈을 타 오염물을 버리는 잘못된 행위로 인해 하천 생태계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고, 이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 하천에서 발생한 수질오염 사고는 701건으로 매년 100건이 넘게 일어나는데, 관리 부주의에 의한 원인이 32%(225건)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1991년 영남지역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낙동강 수계의 페놀 유출사고는 검사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오염사고가 크게 확대된 대표적 사례로, 페놀이 포함되어 있었는데도 평상시와 같이 소독약품인 염소를 투입함으로써 페놀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돗물에서 악취를 심하게 나게 한 사고로 진단체계의 부재 심각성을 일깨워 사고예방을 위한 관련법 강화와 각종 검사·감시체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2008년에 김천 모 유화공장 폭발사고의 화재진압과정에서 페놀 유출사고와 2016년 하남산단에서 섬유유연제 유출로 인한 인근 풍영정천의 물고기 폐사 등은 부주의 때문에 발생했지만, 신속한 원인물질 검사로 사고를 조기에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류나 화학물질 등이 하천으로 유입되면 용존산소가 고갈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피해가 즉각 나타나고, 오염된 물이 지하수로 스며들면 사람이 마시는 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속한 원인물질 조사와 확산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환경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그만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형별 원인물질 추적 조사가 중요하다.

또한, 하천의 건강성은 사람을 포함한 야생동식물의 생존을 위한 양질의 수질유지와 다양한 종류의 수서곤충과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서식하는 종 다양성 회복과 함께 같은 인간의 손길이 최소화되고 자연스러운 물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물길에 가깝도록 유지되는 가운데,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휴식공간과 조화되어야 한다.

최근에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호안의 자연화와 물길에도 여울 생성으로 하천 본래의 생태와 자연성이 회복된 독일의 이자르강과 미국의 키시미강 사례와 유지수량 부족과 하수 유입으로 오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광주천도 그동안 생태복원과 하수관거 정비로 1급수 어종인 피라미가 살기 시작하여 자연성과 건강성 회복이 기대된다.

하천의 건강성은 물이 흐르는 물길의 형태와 바닥을 이루고 있는 돌의 모양이나 돌이 놓인 위치, 여울이 형성 되었는가 등과 같은 구조적인 환경, 물속에 녹아 있는 각 종 성분들로 표현되는 수질, 그리고 생물의 종류나 개체수를 가지고 평가하는 종 다양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하천의 건강 진단은 물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성분들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과 하천바닥의 구조와 조성 그리고 하천에 서식하고 있는 각종 생물들의 관계를 종합하여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광주지역에 위치한 영산강과 황룡강, 광주천과 풍영정천의 정밀 수질조사와 물속 생물들이 서식상태를 통계적으로 해석한 생태건강성 조사를 토대로 2015년부터 정기적으로 하천 건강진단을 해오고 있다.

하천 건강진단에 이용하는 수서생물은 생존하는 기간 동안 자신의 서식공간인 하천의 정보를 함축적으로 지니고 있으므로 장기간 조사결과가 모아 지면 수질조사 결과와 함께 빅데이터로서 하천을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이를 토대로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미래의 하천에도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