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정병석 전남대총장 “‘진리를 탐구해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고 싶다” 연구자 친화형 캠퍼스 구축 4차산업혁명 주도 산·학협력 시스템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 앞장 직접 소통채널 구축·권한 이양 책임행정 구현 융·복합전공 지향…‘글로벌 리서치 허브’ 실현 사진=채창민 기자 ccm@kjdaily.com

2017년 04월 25일(화) 19:11

프로필 ▲서울대 법과대학 학·석·박사 졸업 ▲미국 콜롬비아·콜로라도 대학 로스쿨 방문학자 ▲전남대 기획연구실 부실장·법과대학장·융합인재교육원장·로스쿨추진위원회 위원장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법학교육위원회 위원 등

대담=박상원 편집국장

제20대 전남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병석 총장이 취임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소통에 중점을 두면서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학령인구 감소의 현실화로 재정여건이 더 나빠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 및 대학발전기금 확보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 총장으로부터 전남대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註

▲취임한지 벌써 100일을 맞았다. 소감 한 말씀.

-분주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격려와 고언을 들었다. 모두들 “전남대학교를 명문대학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지만, 구성원들의 밝은 얼굴에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읽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대학운영의 기본 틀과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구성원들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가꾸는데 온 힘을 쏟겠다. 본격적으로 대학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펼쳐나가겠다. 대학 본연의 책무인 ‘진리를 탐구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신명을 바치겠다는 다짐,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임기 중 대학운영 기본 방향과 경영철학은.

-평생 법학을 공부했다. 법학은 정의의 학문이고,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에 구성원 모두가 마땅히 받아야 할, 각자의 몫을 빼앗기지 않는 정의로운 대학을 만들어가겠다. 상식이 통하고 순리가 흐르면서도, 구성원들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현되는 따뜻한 학문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 진리를 탐구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우리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희망의 미래를 준비하는 그런 대학을 만들어보고 싶다.

▲총장선거 과정부터 강조해 온 ‘Pride & Hope’는 어떤 의미인지.

-전남대는 개교 이후 65년 동안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오면서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평화, 민주·인권을 지켜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원지도 바로 전남대다. 뿐만 아니라 지성의 전당으로서 학문 창달과 과학의 진보를 선도해왔으며, 미래창조의 주역들을 끊임없이 배출해왔다. ‘자긍심(Pride)’ 넘치는 자랑스러운 역사다.

이처럼 찬란한 역사는 미래의 희망(Hope)으로 활짝 피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라 하더라도 머물러 있으면, 의미가 반감된다. 그것을 자양분 삼아 더 큰 발전을 이뤄낼 때, 진정한 역사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이든, 과거에서 프라이드를 갖는다는 것은 미래의 발전을 기약하는 매우 큰 자산이다. 전남대만이 가지고 있는 민주 정신이 학생들에게는 큰 자긍심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남대가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학사 시스템과 재정운영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되고 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큰 흐름에 대응할 학사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 하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은 ICT, 즉 정보통신기술이 융합을 이루면서 인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남대의 학사제도가 시대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또 하나는 재정난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대학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절벽’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이를 타개하면서 대학의 경쟁력도 길러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부분이 관심을 끄는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빅데이터에 기반 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무인자동차, 3D프린팅 등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이 흐름을 앞장서 맞이할 학사제도 구축이 시급하다. 시대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130개가 넘는 전공 분야를 모두 운영하면서,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 시대정신에 맞는 전공 분야를 새로 만들고, 발전가능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통폐합을 통해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학문 융·복합교육’이 적합하다. 전공 간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전공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대학본부 내에 관련 T/F를 꾸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학사제도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충분한 연구와 분석, 의견수렴을 거쳐 최적의 안을 만들 방침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들이 극심한 재정난에 처해 있다.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입학정원의 10%(432명)가 줄었다. 이로 인해, 올해만 해도 등록금 수입이 25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에 국가의 재정지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만큼,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빠짐없이 유치해 교육과 연구 역량 강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또 대학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수입원 창출과 기술이전, 사업화 등을 통한 재원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겠다.

여기에다 대학발전기금 확충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지역민을 비롯한 여러 기업, 독지가들의 후원이 절실하다. 우리 스스로 허리띠도 졸라매야 한다. 교육과 연구, 복지 등 꼭 필요한 경비 외에 불요불급한 경상비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원동력은 대학의 연구역량이다. 특히 본궤도에 진입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력이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 친화형 캠퍼스를 구축하겠다.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의 필요와 어려움에 즉각 반응하는 연구 지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또 ‘전남대학교 미래관’을 설립해 미래를 이끌 융합적 연구 및 실험공간을 확보하겠다. 국가적 차원의 대형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나부터 발로 뛰겠다.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과 연구원이 살아 숨쉬는 ‘글로벌 리서치 허브(Global Research Hub)’를 반드시 실현하겠다.

이밖에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시켜 지역과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산학협력도 더욱 강화하겠다.

▲연구력만 가지고는 학생들을 미래의 인재로 키워낼 수는 없다. 학생 교육 어떻게 할 계획인지.

-4차 산업혁명 시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주인이어야 한다. 이에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실현하겠다. 인류·사회에 대한 폭넓은 교양과 탄탄한 전공소양을 갖춰 학생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유도한데 이어 자기주도적 체험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남대 ‘명품강좌’를 개발·육성하는데도 만전을 기하겠다.

또 전공별 실습교육 및 현장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글로벌 사회 적응력과 접근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회 어느 분야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학사제도를 만들어 실천하겠다.

▲현재 전남대 취업 상황은.

-전남대는 지역민과 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취업률 통계에서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의 9개 거점국립대 중에서 당당하게 1위 (61.2%)를 차지했다.

물론, 단순 수치로만 놓고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고용절벽’이라는 시장상황으로 보나, 취업의 질적인 측면에 비춰보았을 때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취업률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더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나주의 빛가람 혁신도시 등 외부의 여건변화를 취업기회 확대로 연결시키기 위해 입주 공공기관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여기에다 지역인재를 35% 이상 뽑도록 권유하고 있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법’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도 적극 협력하겠다.

▲대학을 운영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야 하고, 갈등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해결 방안은.

-총장과 직접 통하고, 대학본부와 직접 만나고, 구성원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는 ‘3직(즉)행정’을 실현하겠다. 총장과 각급 행정부서, 단과대, 부속기관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상호 의사교환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교원 및 직원 인사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함으로써 힘의 낭비를 최소화하겠다.

또 구성원 간 갈등을 해소하는 조정기구를 설치하고, 단과대와 학부·학과 순회 간담회 등을 정기적·부정기적으로 열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많이 듣겠다. 구성원을 배려하는 문화, 자유로운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기울이겠다.

특히 총장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학장과 부총장, 보직자들의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

▲지역 거점국립대학교인 전남대가 지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무엇보다 전남대를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명문대학’으로 발돋움시키겠다.

이를 위해 덕망 있고 경험 많은 원로 교수님 등의 지혜를 빌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지역민이 ‘우리 대학’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겠다. 또 지역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에 인권도시 광주의 발전 방향 제시, 빛가람 혁신도시 내 연구공원 조성, 여수·광양만권 산학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현안에 대한 참여를 활성화하겠다.

산학협력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대학의 높은 기술 수준과 산학협력 시스템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여수 캠퍼스 활성화를 위한 복안은.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전남대 여수캠퍼스 재도약 프로그램을 수립 및 시행하겠다. 통합 후 10년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까지 들리고 있는데 ‘재도약하는 10년’·‘영광의 100년’이 되도록 하겠다.

이에 통합 이후 10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를 세밀하게 분석해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 재정운영 및 실험실습기자재 지원,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에서 여수캠퍼스가 우선 배려되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

▲지역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한 말씀.

-전남대의 교목(校木)은 느티나무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온갖 풍상을 견뎌내는 나무이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느티나무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기도 한다.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 많은 사람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거대한 느티나무로 성장하는 꿈을 갖고 있다. 지금은 조금 느릴 수도 있겠지만, 긴 호흡, 넓은 시야로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마을 어귀를 지키는 거목이 돼 있을 것이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웃는 승리자로 성장해주길 소망한다./정리=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

/사진=채창민 기자 c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