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5월 10일(수) 19:18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낮 12시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간소화된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대통령은 새정부 운영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두 어깨는 무겁지만 가슴은 열정으로 뜨겁다. 머리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도하 언론은 ‘호남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렇다. 선거기간 동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호남에서 ‘진검승부’를 폈다. 두 후보는 야당의 심장부인 호남의 선택을 대권의 승부처로 삼고 길게는 2012년 대선 후 5년, 짧게는 지난해 4·13 총선 이후 1년여 동안 야권의 ‘적자’ 자리를 두고 뜨거운 혈투를 펼쳤다. 최종 승자는 문재인 후보다. 18대 대선에서 90% 안팎의 몰표에도 패배해 ‘애증’의 대상이던 문 후보를 호남이 다시 손들어 준 것이다.

그러면 호남은 ‘호남당’이라 불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왜 선택하지 않았을까. 호남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안풍’의 진원지였다. 민주당과 결별하며 정치적 기로에 섰던 지난해 20대 총선에서는 ‘녹색돌풍’을 선물했다. 당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 8석을 석권하는 등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휩쓸며 원내 제3당 자리를 차지, 안 후보의 대선가도에 양탄자를 깔아줬다. 안철수 후보는 총선 직후 대선 지지율에서 문 후보를 압도했고 국민의당도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을 앞지르며 호남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외면당했다.

필자는 국민의당이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을 대선 패배의 최대 원인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정신을 잇겠다며 탄생한 정당이 대통령선거에서는 광주정신에 반하는 발언, 적폐청산에 대한 불확실한 태도, 호남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무늬만 광주정신’을 호남은 의심했다.

그렇다면 이후 호남정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 그 이후 총선에서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호남의 전략투표는 한국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대통령은 전북에서 64.84%, 전남에서 59.87%의 득표를 기록했다. 광주에서는 다소 적은 61.14%를 표를 받았다. 국회의원이 1명 밖에 없는 호남에서 25석을 갖고 있는 안철수를 물리치고 문재인대통령에게 60% 이상 지지를 보낸 것은 호남정치가 앞으로 엄청난 후폭풍과 돌풍,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신호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국민의당이 변하는 모습, 호남을 제대로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호남은 또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호남은 5년후 20대 대통령을 목표로 새로운 정치개편을 꿈꿀지도 모른다. ‘더불어 전남포럼’ 정기현 대표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자’는 글에서 ‘다음을 준비하는 것은 단지 이번에 아쉬웠던 점을 잊지말자는 뜻을 넘는다. 오래 걸리고 기초를 다져야 하는 일이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5명 후보 중 4명이 경상도 사람이었다. 그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준비했던 결과고, 경상도 인물들의 도전 정신이 호남과 달랐던 것의 결과다. 그래서 나간채 5·18기록관장은 손주나 자녀에게 ‘대통령 되라’는 주문을 많이 하자고 주장했다. 큰 꿈을 갖도록 지역사회가 혼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경상도 사람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두 번이나 호남의 힘을 빌려 당선시킨 만큼, 호남인물을 발탁하고 길러 20대 대통령은 호남사람이 한번 해보도록 적극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인 이낙연전남지사의 국무총리 발탁, 임종석전의원의 비서실장 발탁을 환영한다. 이번 문재인내각에 들어간 호남인물 역시 자신의 영달에 그치지 말고 이후 호남리더를 발굴하고 기르는데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책무가 있다.

국민의당은 더 치밀하게 20대 호남대통령 만들기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호남의 경제·인사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호남이 탄생시켜준 정당이었음에도 그 정신을 안철수 후보에게 절실히 투사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당을 재편하고 새정부에 호남의 뜻을 잘 전달하고 실현할 수 있는 창구를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전북지구당과 호남 지자체장, 지방의원들 역시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새정부와 어떤 협치를 할 것인지, 호남의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20대 대통령을 호남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준비를 지금부터 착실히 해가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10일, 호남은, 11일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도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왜 우리는 호남출신 인물을 대통령 후보 5명 안에도 넣지 못했나. 앞으로 호남이 해야 할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대선 후 대한민국을 위해 호남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20대 호남대통령 준비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시대의 과제인 적폐청산과 협치,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호남은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꿈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