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의 정치상상] 취임100일, ‘교체효과’를 찾아라

2017년 05월 10일(수) 19:18

광주 광산구청장

새 대통령이 뽑히면, 그가 누구든 우리 국민들은 지지여론을 몰아주었다.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라서다. 대통령의 성공이 국민의 성공이라고 믿어서다. 이른바 국민과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이때가 가장 힘이 좋은 시기이다. 이때의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의 틀이 결정된다.

지금까지 국정운영의 두 축은 대통령과 국회였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국정운영은 세 축이 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지역정부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지역등권론)와 참여정부(균형발전론)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 개인의 지향과 공약을 보더라도 지역정부는 국정의 중요한 파트너로 설정돼 있다. 예컨대 광역단체장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을 논하겠다는 ‘제2국무회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국가는 제3지대에 따로 있지 않다. 국가는 지역의 총합이다. 개별 지역이 곧 국가의 실체이다. 까닭에 대통령, 국회, 지역정부가 국정운영의 삼각대를 형성하는 게 정상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힘이 가장 좋은 허니문 기간 동안 대통령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상의 지평이 넓어진다.

국정운영에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국회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사안이 있다. 내각 인선은 국회청문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청와대 비서진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의 과잉을 막기 위해서는 정밀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하는 건 행정지침 변경만으로도 가능하다.

국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중장기적 과제, 제도개혁 사안들에 연결된다.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물론, 일단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튼튼한 국정기조로 자리 잡힌다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사회구조를 근본에서 뜯어 고치는 정도까지는 어렵지만 짧은 시간 안에 권력의 성격을 드러내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지역정부와 손잡고 민생현안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가능하면 권력의 전시효과가 좋고 향후 법령화·제도화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들을 잘 추진하는 방식이다.

권력이 바뀌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교체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해야 한다. 민주당 단체장이 추진했으나 박근혜정부가 제동을 건 사안을 끄집어 내 다시 추진하는 것도 주목도가 높은 정책전략이다. 법 개정까지 했으나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으로 틀어막은 공공산후조리원 확대(성남시) 같은 정책이 하나의 예시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활발하게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통일부장관의 승인 절차만 거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또한 명백한 ‘교체효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런 일들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분업에 기초한 협업’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야당은 대통령을 국회로 끌어 들여 이전투구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야당의 생존전략이 그러하므로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말려들면 곤란하다. 그 부분은 당에 맡겨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혼란스럽더라도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형태로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컨대 개헌 관련 논의는 국회와 시민사회에 넘기고 대통령은 빠지는 게 효율적인 ‘분업에 기초한 협업’이다.

대통령과 국민의 ‘허니문 기간’을 나는 취임 이후 100일 정도로 본다. 대략 100일 후인 9월1일에 정기국회가 열린다. 그 전에 주목도 높은 일들을 많이 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은 국회나 언론도 대통령의 발목을 쉽게 잡지 못하는 ‘허니문 기간’을 잘 활용해 정권의 틀을 잡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지자체를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등장시켜 단기 생산성이 낮은 여의도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제안이다. 성공한 대통령, 국민 성공시대의 개막은 ‘허니문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