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태 자리 목포에서 열정 무대 만들겠다” 12일 ‘어머니의 노래’ 목포 공연 앞둔 배우 김성녀씨 국극 대모 박옥진 삶, 우리 모두의 ‘엄마’ 이야기 남편 손진책 감독 ‘장모이야기’ 열정적으로 참여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05월 10일(수) 19:39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자식들에겐 항상 원죄 같은 것이죠. 자식으로서 엄마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털어놓는 것은 정말 반성문을 쓰는 것 같아요. 돌아가신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항상 엄마로서의 역할, 딸로서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돼요. 공연이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 모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란 생각이 듭니다.”

배우 김성녀씨는 10일 광주매일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머니 박옥진 여사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오는 12일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어머니의 노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광주, 무안 남악, 영광, 장성 등 광주·전남 곳곳에서 이 공연으로 시·도민들을 만났다.

“엄마가 진도 분이셔서 그런지 이 공연이 더욱 남도 분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남도 분들이 노래도 좋아하시고 무엇보다도 흥이 많습니다. 배우의 입장에선 가장 좋은 관객들인 것 같아요.”

공연의 주제는 김씨의 어머니이자 ‘한국 여성 국극의 대모’로 더욱 유명한 박옥진 여사다. 박옥진 여사는 1950년대 한국 최초의 여성 국극단 활동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기까지 박 여사의 일생은 그야말로 시련과 곡절의 집합체였다.

유랑극단에서 활동하던 김씨의 어머니는 다른 지방 공연에서 돈을 벌어왔고, 밀린 외상값을 갚을 때까지 목포 한 여관에 이노꼬리(いのこり·볼모로 저당잡힌 사람)로 붙잡혀 살았다고 한다.

배우 김성녀씨가 오는 12일 오후 7시 목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어머니의 노래’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지난해 ‘어머니의 노래’ 공연 모습. /광주매일신문 DB

이런 파란만장한 박 여사의 이야기를 해 보자고 제안한 건 다름 아닌 김씨의 남편인 손진책 감독이었다.

손 감독은 마당놀이 장르를 개척하고 대중에게 알려온 우리나라 대표 연극연출가다.

“손 감독이 제게 ‘모든 예술가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한다’며 설득했어요. 저는 사실 제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거라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꺼려했거든요. 그런데 손 감독이 자신의 장모 이야기를 명작을 공연할 때보다 더욱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그 열정에 힘입어 저도 함께 하게 됐죠.”

사실 손진책·김성녀 부부는 대한민국에 ‘마당놀이’를 뿌리내린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40여년 넘게 마당놀이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마당놀이는 전통을 현대화하는 우리만의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뮤지컬 말이죠. 외국 분들이 연극 축제를 오면 마당놀이를 ‘가장 살아있는 연극’이라고 평가해요. 앞으로도 마당놀이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죠.”

김씨는 목포 공연을 앞두고 남다른 소회도 전했다.

“어머니가 한참 유랑극단 공연을 다니던 중 제가 목포에서 태어났어요. 목포는 제가 태어난 곳이자 엄마의 제2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자라긴 했지만 목포는 엄마와의 애틋함이 더욱 묻어나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엄마 이야기로 목포시민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 오네요. 다른 때보다 더욱 열정을 더한 무대를 선보이겠습니다.”

배우 김성녀의 ‘어머니의 노래’ 공연은 오는 12일 오후 7시 목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공연 문의 062-650-2000)/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