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실학자 박지원의 사상과 사유 ‘연암을 읽는다’박희병 지음 돌베개 1만5천원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 2017년 05월 28일(일)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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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와 양반전, 허생전의 작가인 ‘연암 박지원’에 대해 그가 쓴 글을 통해서 사유의 백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연암을 읽는다’는 연암이 손수 지은 20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이 중에는 묘지명과 기문, 제문, 편지 등 다양하다. 이 책의 구성은 저자(박희병)가 먼저 연암의 글 전체를 보인 다음, 다시 주해로 재해석하고, 최종적으로 평설로 총평을 가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암의 글에는 대상 인물의 성격적 특질과 인간적 본질을 압축적으로 뽑아서 보여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큰누님 박씨 묘지명’에서는 살아생전의 기쁨과 즐거움도 잠시 우환과 가난에 허덕이다가 마흔 셋에 죽음을 맞이한 누님을 기리고 있다. ‘떠나는 이 정녕코 다시 오마 기약해도 보내는자 눈물로 옷깃을 적시거늘 이 외배 지금 가면 어느 때 돌아올꼬? 보내는 자 쓸쓸히 강가에서 돌아가네’의 시 구절을 통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엿볼 수 있다.
양인수와 관련된 내용에는 그의 게으른 성격과 고상한 취미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실현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일상을 보여준다.
‘한 여름 밤에 모여 노닌 일을 적은 글’에서는 유춘오 악회의 높은 음악 수준과 예술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멋진 광경을 그려내고 있다.
‘홍덕보 묘지명’에서는 평생 양심적 실학자로 살았던 홍대용(1731-1783)의 면모와 당대 사대부들의 위선적 삶에 대한 야유와 조소를 담고 있다.
‘발승암 기문’에서는 이름에 집착하는 김홍연에 대한 애처로운 연민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다.
‘형수님 묘지명’에서는 가난한 선비 집안으로 시집온 가련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절망과 낙담, 끝내는 서글픈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조선 여인의 기구한 생애를 보여준다.
‘정석치 제문’에서는 연암과 실학의 동지이자, 술친구로서 각별한 관계에 있던 정철조(1704-1781)의 애달픈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데 기존 슬픈 제문과는 달리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초정집 서문’, ‘소완정 기문’, ‘공작관 글 모음 자서’에서는 올바른 독서방법과 글쓰기를 다루고 있다.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반드시 옛 것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마침내 옛 것을 모방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됐다.
그 당시 주요 독서 방법으로는 성리학적 독서법, 고증학적 독서법,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세 가지 독서법이 있었다. 이러한 독서법은 창조적 글 읽기에 방해가 된다고 봤다. 창조적 글 읽기가 안 되면 흉내내는 글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연암은 ‘최고의 독서와 최고의 글쓰기는 자연이다’라고 밝힌다. 이는 자연의 미묘한 움직임과 변화, 그 생동감과 생기를 잘 읽어 내어 그것을 글쓰기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바른 독서 요령에 대해 주변에 박식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대충 책 읽는 것에 잘못된 방법이다. 최대한 꼼꼼하게 이것저것 따져 가면서 생각하며 읽기를 바란다. 이는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독서하라는 뜻이다.
또한 문장이란 아름다운 말과 고상한 말만 쭉 나열한다고 해서 훌륭하게 되지 않으며, 추한 말이나 비속한 말도 적절히 잘 쓰면 진실하고 훌륭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요컨대 연암은, 글에는 못 쓸 말이 하나도 없으며,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독서해 곧바로 어디에 써먹으려 하는 것은 모두 사사로운 마음이다. 평생토록 글을 읽어도 배움이 진전되지 않는 건 바로 이 사사로운 마음이 해를 끼쳐서다”라고 비판했다. 연암이 쓴 글 밑바탕에는 늘 옛날 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