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무용지물’ 우려된다

2017년 05월 28일(일) 20:24

흡연은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끼친다.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한국인 성인의 흡연기여 사망 비교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 남성의 경우 후두암 사망 위험이 일반인보다 6.5배로 가장 높았으며, 폐암은 4.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흡연 피해도 만만치 않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도 연기 흡입 등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담배 피해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중이다. 그 일환으로 담뱃갑에 혐오스런 경고그림을 부착했다.

혐오스러운 그림을 통해 금연을 조금이라도 더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경고그림이 금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흡연자들도 이 그림을 보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떨어진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경고그림은 간접적인 측면에서 금연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한 다양한 행태가 늘고 있다고 한다.

담뱃갑 케이스가 등장해 인기를 얻는가하면 구매자가 스티커를 붙여 담뱃갑 상단에 삽입된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도 만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뱃갑 경고그림을 가리는 스티커 제작 전문업체까지 등장했다.

이들 업체의 스티커에는 담뱃갑 형태(일반·슬림) 경고그림에 따라 크기를 맞춘 캐릭터나 이미지 등이 인쇄돼 있다. 장당 가격은 100-200원 가량으로 편의점 점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일반인도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기막힌 노릇이다.

문제는 담뱃갑 스티커에 대한 단속·규제 규정이 없어 판매자가 이를 악용해도 대책이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제조·수입업체가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는 처벌대상이지만 유통·판매업자에 대한 관련 조항은 없다.

정부 금연정책에 대해 담배 소비자들의 궁여지책과 판매자들의 빗나간 상술이 맞서는 형국이다. 기막힐 노릇이다. 사실 담배에 대한 위해요소는 너무 많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금연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담뱃갑 경고그림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가 확산되면서 정부 정책이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