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프랑스 동양무역 거점 ‘퐁디셰리’ (2) 한국 천주교 초기 기반 다진 ‘파리외방전교회’

2017년 05월 30일(화) 18:27

파리외방선교회의 이전·정착경로(흰색)와 조선 신학생들의 유학 경로(노란색).

박해에도 순교 신심을 이어온 영광의 신앙 공동체, 파리외방전교회! 1658년 설립 이후, 태국 야유타아, 인도 퐁디셰리, 말레이 페낭, 중국 마카오에 둥지를 틀고, 아시아에 천주교 전파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한국 천주교의 초기 기반을 놓는데 큰 기여를 했다. 1827년부터 해방 전까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초기 성직자를 유학시켜 배양했으며, 모방 신부 등 역사에 남을 많은 서양 신부를 우리나라에 보내줬다. 현재도 이들 지역에는 옛 흔적이 남아 있다. 겨레의 영혼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거룩하고 원대한 삶을 살았던 우리와 관계됐던 사람들의 흔적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1658년 설립 신앙 공동체

파리외방전교회는 교황청이 1658년 프랑스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주로 아시아 지역에 천주교 선교사를 파견할 목적으로 설립한 선교단체다. 박해에도 순교 신심을 이어온 영광의 신앙 공동체였다. 선교단체 설립과 동시에 이듬해인 1659년 팔뤼(Pallu)와 모트(Motte) 주교를 시암(태국)에 선교사로 보냈다. 이들은 1665년 시암(태국)의 수도 아유티아(Ayuthia)에 최초로 신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태국을 비롯해 중국·인도·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학교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던 1765년에 미얀마가 시암왕국을 침공해 ‘아유티아’를 점령한 후 성당을 공격하고 선교사와 신자들을 탄압했다. 이에 당시 아르토 신부는 신학생들을 이끌고 1767년 ‘찬타부리’, 몇 달 후 다시 캄보디아의 ‘혼다트’로 이전했다. 다시 1770년에는 ‘말라카’를 거쳐 남인도 ‘퐁디셰리’로 이전하고 교명도 ‘성요셉신학교’로 개칭했다. 퐁디셰리는 안전한 곳이었으나, 신학생들을 파견하는 중국·동남아 등과 너무 멀었고 기후도 건강을 악화시켰다. 그래서 결국 1782년에 적당한 장소가 구해질 때까지 일시 폐교하기로 했다.

신학교의 재건 필요성은 1790년대에 대두됐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의 여파로 파리로 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마카오의 르통달 신부가 영국에 도움을 요청, 1808년에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페낭’에 신학교를 세웠다. 페낭의 조지타운 내의 플라우티쿠스(PulauTikus)에 위치한 신학교가 그것이다. 교명도 ‘포교지신학교’로 개칭했다. 개교 당시 20명의 학생이었으나, 1855년에는 128명이 될 정도였다. 1848년부터는 수학·지리·교회사·측량·물리·한문 등이 추가되면서 교육 내용도 풍부해졌다. 1856년부터는 라틴어·수학사·철학·신학 과정이 개설됐고, 학습정도에 따라 몇 개의 반으로 나눠 운영됐다. 그러나 점차 각 나라에 교구가 생기면서, 각 교구에 신학교가 설립되면서 학생 수가 감소해 갔다. 또 공산화된 지역에서의 박해 때문에 학생 수는 계속 줄었다. 그 와중에 1965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와 제휴를 맺어, 시험에 통과된 학생들은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신학 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1962년 이후 영어가 공식 언어로 사용됐고, 로마에서 공부한 말레이시아와 태국인 교수들이 프랑스 선교사들을 대신하게 됐다. 1970년에는 최초로 아시아인 교장이 탄생했다. 학교의 운영권도 파리 외방전교회에서 현지 교구로 이관됐다. 1975년부터는 말레시아와 싱가포르 학생들만이 남았다. 1984년에 현재의 위치인 ‘마리오필’(Mariophile)로 옮겨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 때 건립된 성당. 퐁디셰리에는 이런 서양 건축물과 문화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김대건 신부 등 사제 배출

파리외방전교회는 한국 천주교 초기 기반을 놓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선교단체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1827년 9월1일 사제를 요청하는 조선 교우들의 편지를 접한 교황이 파리외방전교회에 조선에 선교사 파견을 요청함으로써 비롯됐다. 그러나 당시 조선에서는 외국인 입국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무릅써야 했다.

처음에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 선교사를 지원했으나, 만주에 도착 후 입국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바로 이어서 1836년 모방 신부, 1837년에 앵베르 주교와 샤스탱 신부가 입국했다. 특히 모방 신부는 조선에 온 최초의 서양 선교사였다. 이들은 조선의 신자들을 만나 선교했다.

그는 목회하면서 외국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조선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조선 사제 양성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1836년 12월 초 김대건, 최방제, 최양업 등 3명의 소년을 선발해 마카오로 유학보냈다. 당시 김대건 나이가 15세였다.

3명의 조선 청년은 요동(遼東)과 만주를 거쳐 중국대륙을 횡단한 끝에 1837년 6월7일 목적지인 마카오에 무사히 도착한다. 약 7개월이 걸렸다. 당초 이들은 신학교가 있던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보내져야 했으나 보내지 않고 마카오 수도원에서 교육시키기로 했다. 페낭 신학교에는 당시에 중국 학생들이 와 있었는데, 정신이 좋지 못해 물들까 우려해서였다.

1845년 최초의 조선인 사제인 김대건 신부는 이렇게 해서 배출됐다.

페낭 신학교에 조선 학생이 처음 유학 간 것은 1855년 6월 이만돌, 김요한, 김빈첸시오 등 3명이다. 이들은 1854년 3월 조선을 출발, 5월19일 홍콩 파리외방전교회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1년 정도 머문 후, 이듬해인 1955년 6월 12일 페낭 신학교에 도착해 신학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만돌은 1년 만인 1856년 10월 페낭을 떠나 홍콩으로 갔다가 1861년 4월 조선으로 귀국했다. 나머지 2명은 신학교의 전 과정을 마치고 1862년 2월에 페낭을 떠나 1863년 6월 귀국했다.

다음으로 유학 간 것은 1882년이었다. 1876년 한일수교조약이 체결되고 점차 선교의 자유가 허용되자, 블랑(白圭三) 주교는 강성삼·이내수 등 7명을 페낭 신학교에 보냈다. 이들은 먼저 1881년 일본의 나가사카(長崎)로 보내 ‘예비신학교육’을 받게 한 후, 이어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1882년 페낭에 도착해 교육받았다. 이후 조선 신학생의 페낭유학은 1884년까지 지속돼, 1882-1884년 페낭으로 보내진 유학생은 총 22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후가 달랐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풍토병으로 심한 고생을 했다. 이에 1885년에 조선에 신학교를 세웠다. 처음에는 여주 부엉골에 세웠다가, 1887년 용산 예수성심신학교로 이전했다. 이에 1885년부터는 학생들이 귀국하기 시작하였고, 1892년에는 뮈텔(閔德孝) 주교의 소환 명령에 따라 모든 유학생들이 조선으로 돌아왔다. 페낭유학생 22명 중 강성삼, 강도영, 정규하, 한기근, 김성학, 이내수, 김원영, 홍병철, 이종국, 김문옥, 김승연 등 11명이 1896-1900년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았다.

눈물의 페낭 신학교, 동양의 진주로 알려진 말레이 서쪽 끝 ‘페낭’. 지금부터 120년 전인 1884년, 갓 열 살의 나이로 이곳에 발을 디뎠던 조선 신학생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낯설고 물 설은 이국 땅…, 습하고 습한 바다 바람…, 검은 피부의 동남아 학생들…, 손으로 집어먹어야 하는 음식. 아침마다 나오는 빵 조각모습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았다. 아직 부모 품안에서 자라야 할 어린이에게는 두렵기만 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 먼 페낭까지 가야만 했을까? 어린 몸에 어려운 길을 서슴지 않고 따르겠다고 나선 조선 소년들, 그들의 소망은 겨레의 영혼을 구하겠다는 너무나 거룩하고 원대한 것 이었다.


▶조선에 선교사 파견

신학생들뿐만 아니라 조선에 파견된 외국선교사들도 페낭신학교와 관계가 있다. 제2대 조선 대목구장 앵베르(范世亨)주교는 1821년 3월부터 페낭 신학교에서 몇 달 동안 라틴어와 신학을 가르쳤고, 샤스탕(鄭牙各伯) 신부는 1828년부터 4년 동안 페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조선 초대 대목구장이 된 브뤼기에르 주교는 1829년 주교로 축성된 뒤 페낭에서 1831년까지 사목을 했다.

뮈텔 주교는 1890년 말 제8대 조선 대목구장으로 임명돼, 조선으로 오던 중 며칠 동안 페낭 신학교에 머물렀다. 따라서 뮈텔 주교는 페낭에서 유학 중이던 조선 신학생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또한 라리보(元亨根) 주교, 폴리와 조제(楊秀春) 신부는 1907년 페낭 신학교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들이다.

현재 페낭 신학교에는 조선에서 활동하다 순교한 앵베르 주교를 비롯해 모방·샤스탕·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보관돼 있다. 그리고 신학교 교정에는 교수를 역임한 앵베르 주교와 샤스탕 신부의 동상이 서 있다.

1868년 고종의 할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파헤친 ‘덕산 사건’을 일으킨 페롱신부도 파리외방전교회 출신의 선교사다. 남연군의 묘를 파헤친 덕산 사건으로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가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이 사건을 계획하고 자행한 결정적 인물은 페롱 신부다. 페롱 신부는 1827년 프랑스 동프롱에서 태어났다. 1850년 신부가 된 후, 1854년 10월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해 1857년 3월 조선에 입국했다. 중국으로 가 머물면서 그는 1868년 5월 오페르트 일행과 함께 ‘남연군 묘’를 파헤쳐 중국으로 가져가 협박하려는 ‘덕산사건’을 일으켰다. 조선은 덕산 사건을 외세를 끌어들여 국가를 전복하려는 자들이라고 인식했다. 또한 임금의 할아버지 무덤을 파헤쳤다고 하니 패륜의 극치에 이른 흉악한 무리라고 생각했다. 1866년 2월의 병인박해, 7월의 제네럴셔먼호 사건, 9월의 병인양요, 1868년 4월의 미 군함 셰난도어 호의 내한, 1개월 뒤에 터진 덕산 사건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파악했다.

그가 이러한 기상천외한 사건을 도모한 것은 병인양요와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으로는 조선 천주교회의 회생을 도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평화적인 방법이라는 미명 아래 이 같은 유골탈취라는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다.

1868년 도굴사건으로 대원군이 천주교를 증오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박해는 5년간 지속됐으며, 부친의 묘 도굴 사건으로 유럽인들에 대한 증오심이 격화된 대원군은 곳곳에 척화비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