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금연정책은 이제 그만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7년 05월 30일(화) 18:45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담뱃갑 경고그림이 시행 6개월 만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미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는 가격인상이나 경고그림 표기 보다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해 케이스를 이용하거나 일명 ‘매너라벨’이라 불리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되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인데도 지난해 12월말 ‘흡연경고그림 표기’ 이후 올 2월까지 꾸준히 감소했던 담배 판매량이 3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초 경고그림 표기와 함께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못하면서 스티커로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에 대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제조·수입업체가 경고그림을 가릴 때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물론 유통·판매업자에 대한 관련 조항은 없다.

제재 근거가 없다보니 무료 혹은, 장당 100-200원이면 흡연자들 스스로 금연정책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

외국의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경고그림을 표기한 나라들도 효과가 판이한 실정이다. 브라질·캐나다·터키는 흡연율이 급감한 반면 영국·헝가리·스위스는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고그림에서 더 나아가 담뱃갑 포장까지 규제하고 있는 호주의 사례는 눈여겨볼만하다.

호주는 담뱃갑을 포함한 포장에 대한 전반적인 표준화를 시행한 ‘Plain packaging’ 관련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담뱃갑에 담배의 브랜드 및 로고가 제거됐으며 담뱃갑 바탕색은 정해진 색을 사용하고 정해진 크기와 글자 모양의 브랜드 이름만 삽입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담뱃갑에 포함된 담배의 두께, 담뱃잎을 싸고 있는 포장과 타르의 색깔·모양 등까지 규제하고 있다. 담배의 브랜드 정체성을 없애면서 담배 판매가 감소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모든 담배가 동일한 규격, 비슷한 모양을 갖게 돼 담뱃갑을 통한 업체의 담배 광고 및 판촉도 줄었으며 비흡연자의 흡연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선도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연정책의 진정성을 얻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뻔한 가격인상, 비가격정책인 경고그림 삽입 외에 좀더 기발하고 철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