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고려에 조공한 남인도 ‘마팔국’(馬八國) 남인도 고대도시 ‘마드라스’

2017년 06월 13일(화) 19:02

고려와 마팔국의 정략결혼(흰색은 패합리, 빨간색은 채씨 부인의 경로).

남인도에 있었던 ‘마팔국’! 몽골제국(일한국) 시대에, 오늘날 ‘마드라스’ 지역을 지배했던 인도 왕국이다. 12세기에 ‘판디아’라는 왕이 오늘날 인도의 남부지역 전역을 통일하고,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해상무역을 독점했던 힌두교 왕국이다. 마르코 폴로가 2차례나 다녀가 번영된 모습을 기록에 남기기도 했던 곳이다. 원나라 쿠빌라이 때에 승상 ‘상가(桑哥)’에게 공녀로 받쳐진, 고려 대신 ‘채인규’ 딸이 과부가 되자, 그녀를 쿠빌라이는 마팔국의 왕자 ‘패합리’에게 보냈다. 당시 패합리는 남인도 판디아 왕국의 왕권 다툼에서 밀려 중국 취안저우(천주)에 피난 와 있었던 것이다. 공녀로 간 그녀는 외국인과 두 번 결혼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뛰어난 미모와 빠른 눈치를 가진 채씨는 패합리를 사로잡았고, 패합리는 채씨의 고국(고려)에 사신을 보내 소식을 알렸다. ‘정략결혼’의 결과 고려에 ‘조공의 례’의 사절을 보낸 것이다.

▶남인도 마팔국은 어떤 나라인가?

‘마팔국’ 혹은 ‘마바르’(Mabar)은 오늘날 인도의 ‘마드라스’ 지역에 있던 옛 왕국이다. 아마 마드라스((Madras)에 있는 국가라 해서 중국에서 ‘마바르’(Mabar)국으로 불러졌던 것 같다. 당시에 마드라스 지역에는 ‘판디아 왕’이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때문에 마팔국은 ‘판다아 왕조’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왕조는 그 당시 즉 몽골제국(일한국) 시대에 남인도 전체를 지배했던 최대의 강국이었다.

남 인도에는 아주 옛날부터 고대 왕국이 존재했다. 일명 ‘드라비다 문화’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기원전 1천200년경에 이미 바다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등과 교역을 했고, 기원전 1세기경에는 로마제국과도 독자적으로 해상무역을 했다.

남인도에는 여러 왕조의 성쇠 이어졌으나, 12세기 말에 판디아 왕이 남인도 전역을 지배한 강력한 왕조가 세워졌다. 마두라이를 수도로, 카야르 항은 국제항 역할을 했다. 마르코 폴로도 두 차례 방문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의 외항 ‘벽란도’는 아랍인들이 들끓을 정도였다. 개성에서는 아라비아인들이 자유롭게 사랑을 나눴으며, 연회에서 코란을 읊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다고 한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고려사’에는 “현종 15년 9월 대식국(이슬람)의 열라자(悅羅慈) 등 100명의 상인이 와서 토산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정종 6년(1040)에는 “대식국의 상인 보나개(保那盖) 등이 와서 수은·용치(龍齒)·점성향(占城香)·몰약·대소목(大蘇木) 등 각종 특산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고려 왕은 이들을 객관에 묵게 하고 후하게 대접했다. 또한 돌아갈 때는 많은 금과 비단을 줬다고 한다. 조선 초에는 이슬람 성직자 ‘도로(都老)’가 처자식을 데리고 와서 조선에 머물러 살기를 원하니 임금이 명해 집을 줘 살게 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태종실록 권13’.

‘도로’는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수정을 채취해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만들어 왕에게 바쳐 신임을 받았다. 무슬림이면서도 별다른 갈등(문화충돌) 없이 살면서, 궁중 의례에까지 정기적으로 초청받아 참석했던 것으로 돼 있다.

조선 세종 때 이순지 등이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역법서 ‘칠정산’(七政算)은 아랍 역법인 회회력(回回曆)을 토대로 하여 원주각을 360도로 표기하고 있으며, 장영실의 만든 물시계 자격루 역시 이슬람의 물시계에서 자동시보장치를 따왔다. 아랍(중동)에서 발명된 증류방식의 술 제조법이 원나라를 통해 고려로 전해졌다. 국민 술 소주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개성 지방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고 한다. 아락주는 몽골어 ‘아라키’(亞刺吉)에서 나온 말이다. 더불어 고려의 금속활자 등이 몽골로 흘러들어가 이슬람 상인에 의해 서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해졌다.

고려는 활발한 해외교류를 통해 그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이 때부터 서구인들에게 ‘코레아’(고려)란 이름이 알려졌다. 정수일 교수에 따르면, 1224년 프랑스 루이9세가 원나라에 파견한 사신 ‘루브룩’이 그의 여행기에서 ‘섬의 정부 카우레’라고 한마디 한 것이 서구에 알려진 한국의 첫 소식이자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 후 페르시아(이란)의 역사가 ‘라시드 앗-딘’이 쓴 ‘집사(1307-11년)’란 책에서, 고려를 ‘카올리’라고 지칭함으로써 ‘코레아’라는 이름이 서구에 전해지게 됐다고 한다. 라시드 앗 딘(Rashid ad-Din)은 이란 중부의 도시 ‘하마단’에서 출생했고, 일한국(이란 땅의 몽골제국)에서 문관으로 최고직인 재상(vazir)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재상 시절에 집필한 ‘집사’는 ‘최초의 세계사’로 칭해지고 있다. 특히 ‘몽골사’ 부분은 오늘에도 그 독보적인 사료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마드라스에 있는 ‘스리 미낙시 사원’. 이 사원은 가슴이 3개 달리고 물고기 눈을 한 여신 ‘미낙시’를 모시는 사원이다. 물고기의 눈은 ‘완벽한 눈’을 뜻한다. 북 인도에 ‘타지마할’이 있다면 남인도엔 이 사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사원은 ‘건축의 극치’로 여겨진다.

▶남인도 왕자와 혼인한 고려 여인

원나라 에서는 ‘고려양’(高麗樣)이라는 한류가 불었다. 원나라 말기에 궁중에서 일하는 여인의 절반가량이 고려 여인이 차지했다. 몽골 귀족들은 고려 여인을 부인으로 맞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들을 통해 고려식 복식과 음식, 기물 등이 유행하게 됐다. 일부 고려 여인들은 중국 대륙을 넘어 인도, 중앙아시아로 시집을 가기도 했다. 충렬왕 24년(1298) 때 남인도 마팔아국(馬八兒國)의 왕자 패합리(唄哈里)에게 시집 간 ‘채씨 부인’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고려 채인규(蔡仁揆)의 딸이었다.

충렬왕은 대신(당시 ‘동지밀직사’)의 ‘채인규’ 딸을 공녀로 원나라 승상 ‘상가(桑哥)’에게 시집보냈다. 1289년(충렬왕 15년) 때이다. 원나라로 가는 처녀 진공사의 행렬은 침울했다. 모두 당시 13-16세의 막 물오른 처녀들 이었다. 당시 채인규의 딸은 미모가 뛰어났고 눈치가 빨랐다고 한다. 그러나 권력다툼 속에서 ‘상가’가 피살돼 버렸다. 그녀는 졸지에 과부가 돼버렸던 것이다.

이에 앞서, 남인도 코로만델 해안에 있는 ‘마팔아국’(馬八兒國·맏바르)의 왕자 ‘패합리’가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에게 침향, 면포 등 공물을 보내왔다. 그는 왕권 다툼에 밀려 멀리 중국 원나라 취안저우(천주)까지 망명 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쿠빌라이에게 각종 보화를 바치는 등 가까이 하고 있었다. 패합리가 조국을 등지고 외롭게 사는 것을 알고 있던 쿠빌라이는 마침 홀로 된 채씨를 그에게 하사했다.

공녀로 간 그녀는 외국인과 두 번 결혼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뛰어난 미모와 빠른 눈치를 가진 채씨는 패합리를 사로잡았고, 그는 채씨의 고국인 고려에 사신을 보내 소식을 알렸다. 그의 사신들은 은사모(銀絲帽)와 침향, 면포 등을 가지고 와 바쳤다. 고려와 마팔국 간에 ‘정략결혼’의 결과, 고려에 ‘조공의 례’의 사절을 보내 온 것이다.

마두라이에 수도를 정하고 들어섰던 옛 왕들의 궁궐 ‘나약궁전’. 현재의 건물은 1636년에 개축된 것으로 유럽식과 고대 인도의 혼재된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고려사’에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충렬왕 24년(1298년) 6월 10일에 덕자궁에서 마팔국 왕자 부하리[不阿里; Bukhari]의 사신으로부터 은사 모, 금으로 수놓은 상자, 침향 5근13냥, 베 2필을 받았다. 이것은 그 전에 임금이 채인규의 딸을 원나라 승상 상가에게 시집보냈는데, 승가가 처단되자, 채씨를 부하리에게 줬던 것이다. 그런데 부하리가 그 나라 왕(부친)과 사이가 좋지 않아, 원나라로 도망가서 취안저우(천주)에 살게 되었고, 부하리가 사신을 보내 소식을 통하게 된 것이다.

[고려사 권33 세가33 충선왕]

위의 마팔아국(馬八兒國)은 마팔국(馬八國) 혹은 마바르(Mabar)로 불리는 나라다. 이 마팔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인가? 남인도 코로만델(Coromandel) 해안에 있는 타밀(Tamil) 주의 마드라스(Madras) 지역이다.

‘원사(元史)’의 기록을 보면, 원의 세조(世祖: 쿠빌라이) 때(1286년9월1일) 당시의 해양실크로드 상의 10여 개 조공 국가들이 나온다. 마팔아국·수문나국·승급리국·남무력국·마란단국·나왕국·정가르국·라르국·급란이대국·수마트라국 등인데, 모두 사신을 보내 토산물을 바쳤다.

[元史 권210 열전97 外夷3]

여기에 ‘마팔아국(馬八兒國)’이 나온다. 이것은 ‘고려사’의 마팔국(馬八國)과 같다.

이들 나라들은 거의 확인이 어렵지만, 인도 남부지방 ‘라르’(來來)국이 나오는데, 과거 마이소르(Mysore) 번왕국이었던 마이소르 지방이며, 지금의 ‘카르나타카 주’이다.

그리고 마팔국은 타밀(Tamil) 주의 마드라스(Madras) 지역에 있던 남인도 고대왕국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