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커지는 광주시 산하기관장 공백사태

2017년 06월 15일(목) 19:40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두면 그 다음부터는 ‘해도 된다’는 생각에 훨씬 큰 피해를 입게 되고, 깨진 유리창이 있는 마을은 결국 무법천지로 변하게 된다. 이는 사회범죄 심리학상 ‘깨진 유리창’ 이론인데,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장기 공백 사태에 빗대 회자되고 있다.

윤장현 시장은 지난해말 비서실장과 정무특보 등 정무라인을 물갈이한 데 이어 올해 초 8개 산하 공공기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수리했다. 인적쇄신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한 마디로 ‘산 넘어 산’의 형국이 됐다. 6개월이 되도록 마무리를 못한 채 진행형인 것이다. 동시다발적 공모 과정에서 부적격 논란과 잡음도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 여성재단 대표 후보가 가까스로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될 전망이지만 아직도 도시공사와 문화재단은 기관장 없는 기관으로 남아있다.

도시공사는 지난 2월10일과 3월14일 두 번이나 대표를 공고했지만 ‘셀프 추천’ 등으로 1차 공모가 무산됐으며, 2차 공모에서 후보자가 내정됐으나 크고 작은 하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지면서 결국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이후 7인의 임원추천위원 전원이 일괄 사임하면서, 임원추천위원 재구성부터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문화재단도 지난 2월 지명한 이사장 후보 2명에 대해 광주시가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건 뒤 일부 임원추천위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중도 사임해 진척이 없다.

여타 기관의 경우,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지난달 24일서야 임명됐고, 지난 4월 신용보증재단 이사장·평생교육진흥원 원장, 3월 교통문화연수원 원장·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본부장이 임명돼 최소 3개월 가까이 겉돌아야 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시청 안팎에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이번에 시의회 본회의장에서도 재차 비난이 터진 것이다.

시의원들은 단적으로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의 다양한 경고가 있었다. 이제는 해당 기관 내부에서조차 장탄식마저 나온다”, “일부 세금탈루와 표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다. 집행부에서 후보에게 응모를 권유해 불공정 시비마저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찌보면 그 의도야 어떻든, 애초에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예견된 실패’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1년이다. 광주시는 내부 발탁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빈 자리’를 메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제는 기관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때다. ‘무법천지’가 돼서야 돠겠는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