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 인문학을 부활시키자 안수경 대촌중앙초등학교 교사·교육학박사

2017년 06월 18일(일) 18:42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보통학교 시스템은 식민통치를 위한 교육제도였다.

프러시아 즉, 옛 독일의 학교제도 역시 국민을 일하는 단순 노동자로 만드는 식민통치를 위한 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공립학교도 이와 비슷한데 산업혁명 당시 엄청난 수의 노동자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대규모 집단교육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 당시 학생들은 철학이나 역사, 문학보다는 산업현장에서 바로 쓰일 기술 위주의 교육을 받았으며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실망스럽게도 우리나라 공교육기관에서 이러한 잔재가 남아 있는 교육이 지금도 시행된다.

특히 지금처럼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에는 기술을 배워야만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의식이 되살아나고 있다. ‘문과라서 미안합니다’라는 우스갯말이 유행할 정도로 인문계열을 졸업한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국민들을 ‘개, 돼지’에 빗대었던 모 고위공직자의 말이 세상을 비판하는 서민들의 한탄스러운 유행어가 된지 오래다. 내 사랑스러운 자녀를 소수 지배계층의 노예로 만드느니 차라리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의식마저 늘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가 지배계층의 노예로 빗대어지는지, 왜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었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미래를 짊어질 우리 학생들이 공교육의 현장에서 기술계열의 학습만 한다면 소수지배계층의 ‘노예’에 불과한 삶을 되풀이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작고 여린 촛불의 힘으로 민심과 민주주의의 힘을 깨달았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19대 대선을 치렀다.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단순노동을 하며 살더라도 우리 자신부터 사색하는 일상을 살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삶의 지향점을 철학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진실을 꿰뚫어 볼 줄 알고 매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가며 현실 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한 때 열풍이었다가 지금은 사그라지는 인문학을 다시 들춰내야 한다. 학생들은 인문학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을 배우고 바람직한 가치관교육을 필수로 배워야 한다.

당장 자녀들과 삶의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대화를 하자. 어른부터 인문학 도서를 읽고 자녀와 인문학적인 내용의 대화를 시도하자. 그것이 어렵다면 영화를 보고 등장인물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교사와 부모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독서를 권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는 것이 아닌 자녀의 일상생활을 철학과 연결시키는 생활 속 인문학을 찾아보자.

부모인 나 자신은 평소에 얼마나 사색하면서 살고 있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내 자녀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지는 않은지 진단하자. 자녀와 대화의 출발점을 잡고 차근차근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자.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내 삶을 사랑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일상생활에서 사색하는 습관을 갖게 하자. 소중한 내 자녀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철학을 지닐 때 희망적인 미래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