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몫 발탁자들의 책무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6월 21일(수) 18:59

본사는 20일 ‘전라도 천년의 얼굴’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2018년 전라도라는 이름이 정해진지 1000년 되는 해를 앞두고 과거 천년 인물들을 조명해보면서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지난 천년 ‘차별과 소외’로 대변되는 전라도의 이미지가 바뀌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새로운 희망의 ‘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감했다.

마침 전라도 천년되는 해에 호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역할에 호남인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에 부응하듯, 문재인 정부 초기내각과 초기청와대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광주·전남 출신 인사들이 새 정부에 대거 중용되었다. 지난 18일까지 청와대는 이낙연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 등 58명의 새정부 고위직을 지명하거나, 임명했다. 이중 광주·전남 출신은 10명으로 17%를 차지, 12명의 부산(20%)에 이은 두 번째이자 서울(10명)과 같은 지역 비중을 보였다. 전북 5명을 합하면 호남에서만 15명을 중용했다. 더군다나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가 호남사람이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호남인의 염원을 담아 호남몫으로 지명된 인사들이 얼마나 호남발전과 지역차별에 관심이 있는가는 알 수 없다. 자신의 능력보다 호남인의 정치적 판단, 정무적 판단이 작용해 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그 자리에 갔다고 생각하면, 인사탕평을 통해 호남이 해소하고자 한 ‘역사적 차별’은 그 해법을 찾기 어려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호남의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낸 대통령! 호남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당시 민주당이 제19대통령 광주전남지역 공약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구체적인 재원투자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소외됐던 SOC사업은 거의 없어 ‘호남 낙후’를 고착화하는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의 광주·전남지역 공약은 광주정신계승과 미래성장동력육성,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인사라는 비전속에 광주전남 상생공약 3건과 광주·전남 각각 8개공약 그리고 영호남상생공약 1개로 구성됐다. 광주전남 상생공약은 헌법전문수록 등 이미 문재인 후보가 여러차례 약속한 바와 같은 5.18정신계승사업과 한전공대신설, 광주-나주간 광역철도망구축 등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신산업 육성, 국립심혈관센터 설립 등 3가지다. 대부분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무관심과 홀대로 중단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수준이었다.

지금 호남(광주·전남·전북)은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 지방자치 25년이 되어가지만 낙후는 심화되고 있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낙후 경제를 탈출할 수 있는 정치 상황이 급하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는 호남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고 차별과 홀대에 지친 바닥 민심을 잘 안다. 지난 3년 동안 전남지사를 지내며 호남의 실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대통령의 호남경제부흥 공약에 부합할만한 호남발전 중·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호남의 농·어촌은 위기에 처해 있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지역을 떠나고 있으며, 경제발전의 기반이 되는 SOC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호남총리 하라는게 아니다. 국무총리의 소임을 다하되 호남의 여론과 발탁인사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어떤 정부가 탄생해도 변하지 않는 ‘호남부흥책’을 강구해달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의 호남몫 발탁인사들은 그동안 호남이 받아 왔던 지역 차별이나 홀대, 소외에 대해 큰 고민을 해야 한다. 낙후된 광주·전남 지역의 경제적 발전이나 미래 비전에 대해서 이제 구체적인 언급을 해야 한다. 차별과 홀대를 받아 왔던 호남에 대해 보상 이상의 가치 있는 약속과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필요하다면, 호남 국회의원들도 호남지원특별법,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이라도 제정해 근본적인 호남의 차별과 소외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산업화과정에서 낙후된 호남의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호남지원특별법이 시급해보인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호남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특별법에 담아 실현가능한 계획을 만든다면, 중국의 부상과 함께 서해안시대의 새패러다임을 호남이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이 전라도 1000년이다. 전라도가 다시 맹주로 떠오르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어느 지역 관리보다 전라도 인재들의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오늘보다 더 나은 새로운 내일과 호남의 위상을 설계해야 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중 개도 1000년을 앞둔 곳은 전라도가 유일하다. 경상도가 전라도보다 약300년 늦은 1314년이고, 이어 충청도 1356년, 강원도 1395년순이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전라도! 그럼에도 전라도는 역사적으로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현·근대사에서도 푸대접과 차별, 소외를 받아왔다.

이제, 한국의 중심지는 전라도라는 신념을 가지고 앞으로 전라도 1000년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전라도 다음 천년을 위해, 문재인정부 호남몫 발탁인사들은 절실한 호남인의 가난 탈출 열망을 잘 새겨야 한다. 지금은 호남에게 가장 중요한 기회의 순간이고, 그 기회를 구체화시킬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이기 때문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