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유적 가치 높은 양림동 우일선 선교사 사택 홍인화 |
| 2017년 06월 22일(목)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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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지만, 목포항이 개항되고 서양선교사들이 광주에 들어오면서 1920년대 즈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림동 기슭에 동향으로 세워진 고색창연한 2층 벽독 건물이 바로 그 사택이다. 평면은 정방형으로 1층은 거실, 가족실, 다용도실, 부엌, 욕실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사생활공간으로서 침실이 배치되어 있다. 지하층에는 보일러실이 갖춰졌다.
한국의 전통건축과는 달리 현관이 남향에 위치하지 않고 동향으로 된 것이 특이하다. 벽은 두께 약 55㎜의 회색벽돌로서 네덜란드식 쌓기를 하였다. 내부는 회반죽 마감으로 하고 벽 아래 고막이 부분 처리는 화강석으로 쌓았다. 이 건물은 근대에 서양의 주거문화를 한국에 소개해 주는 귀중한 근대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사택 앞마당에는 선교사들이 고국에서 가져다 심은 은단풍나무, 아름드리 피칸나무, 흑호두나무 등이 있다. 또한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서 수피아여중·고교로 가는 길목에는 광주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가 서 있다. 이 역시 선교사들이 심은 나무다. 잎 주위에 톱니바퀴 같은 가시가 있고 호랑이가 등긁개로 쓴다하여 호랑가시나무라고도 불리운다.
이처럼 아름다운 선교사 사택이 자리한 이 장소는, 본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나 어린 주검들을 풍장(風裝)했던 곳이라고 한다. 풍장은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이불에 감아 나무에 걸어두는 장례 형태다. 바로 이곳에 서양선교사들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며 전염병환자들과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다. 우일선 선교사는 특히 1908년 제중원, 현재 광주기독병원의 원장으로서 의료 선교활동을 펼쳤다.
선교사들이 사택을 짓기 시작한 이후 이 언덕은, 주검들이 나뒹굴던 풍장의 장소에서 ‘광주의 예루살렘’, ‘선교사 마을’로 불리며 치유의 공간, 교육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뒤편 산책로를 따라가면 바로 그 일에 힘썼던 수많은 선교사님들의 묘원으로 가는 길이 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이곳은 사랑과 희생으로 봉사해 온 배유지와 우일선등의 수많은 선교사들이 전염병환자,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잠들어 있는 땅이다.
선교사 사택은 건축사적 가치 뿐 아니라 광주 근대문화유적이란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 또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이 함께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광주 그리스도인들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다. 종교여부와 상관 없이 문화사적 관점에서도 양림동 선교사 사택을 탐방해볼 일이다. 그 중에 우일선 사택은 한번 쯤 방문해볼만한 곳으로 첫손에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