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비가 주는 고통 김상철 |
| 2017년 06월 25일(일)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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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서민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부동산정책과 금융정책이다. 필자는 근래에 미소금융과 관련해 소상공자영업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커피숍, 꽃집, 체육관, 보습학원, 음식점, PC방 등 서민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점포에서 사장님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았다. 그들의 가장 큰 고통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출되는 고정비의 압박이었는데, 고정비는 크게 건물 임대료와 사업자금의 대출에 대한 원리금의 상환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고정비를 지출하고 나면 실제 사장님은 최저시급인 6,47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가 인건비를 받으며 심신이 고단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소상공자영업자의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은 중소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2016년도 결산을 마친 회사들의 경영지표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최근 3개년 재무제표에서 고정비의 증가로 인해 손익분기점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원인에는 출자자본금 외에 공장 건물과 설비에 들어간 차입금의 이자와 원금 상환에 대한 지출이 주요 요소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의 금융정책과 부동산정책은 서민들의 생활을 울고 웃게 하는 주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사업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집을 떠나 생활하는 수많은 젊은이들도 주거비의 부담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안겨준 이러한 사회적 멍에를 정치권은 여당, 야당을 떠나서 어떻게든 풀어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학교에서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계금액’이라는 경영학을 배우면서 차입금을 늘리는 것도 개인이나 기업 CEO의 능력인 줄 알았다. 그러나 부채가 기업운영의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실을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식이다. 특히 원리금의 상환기일이 도래하면서 쓰러져가는 기업들을 볼 때면 교과서적 지식에 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해 오면서 이제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계정과목들의 숫자를 통해 변화를 예감하는 미묘한 버릇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경제 급 성장기를 거치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돈을 벌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은행에 이자 납부하고, 건물주에게 임대료 내고 나면 자신의 인건비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어려운 상황에 대한 해결책도 이젠 차입금을 통한 해결보다 근면 성실과 절약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비가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기관이나 자본가의 입장에서도 “백성을 이롭게 한 이후에 재물을 취한다”는 옛 선현들의 가르침을 한번쯤 새겨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