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조작’ 후폭풍 국민의당 존폐기로 관련자 여수 출신·안철수 멘토…도덕성 치명타 지역민심, 정치적 행위 넘어선 ‘중대범죄’ 규정 임동률 기자 zero@kjdaily.com

2017년 06월 27일(화) 20:36

‘심각’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전날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이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 내용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과했다. /연합뉴스

호남을 텃밭으로 한 국민의당이 대형 악재로 존폐기로에 섰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입사특혜 의혹과 관련, 제보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공당이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분노를 사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태의 당사자가 여수 출신인데다, 안철수 전 대표와의 관계, 지난해 20대 총선 때 여수에서의 정치활동 등이 알려지면서 지역민의 실망감은 깊어지고 있다. 광주·전남 정가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기사 2면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지난 2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38)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대선 과정에서 “준용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료로부터 문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해 당시 문재인 후보가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게 준용씨의 파슨스스쿨 동료를 자처한 익명 제보자의 음성변조 증언 파일과 모바일 메신저를 조작해 제공했다.

이씨는 안 전 대표의 처가인 여수 출신으로,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 전 대표와 교수와 제자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온국민멘토단의 대표 멘토 10명 중 1명으로도 활동했다.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여수 갑 예비후보로 출마한 경력도 있다.

국민의당은 지역 당원을 이용해 거짓 증거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최근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호남에서 ‘조작파문’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돼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대선 과정에서 준용씨의 특혜 의혹을 앞다퉈 거론했던 중진 의원들 역시 ‘한 묶음’으로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 사기극 수준’의 조작 사건이 불거졌다”며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의 대항마로 키워줬지만 다음 선거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 계속돼 조작 배후 등이 밝혀질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전에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역 민심은 국민의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광주에 사는 이정순(65)씨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더니 증거 조작이 새 정치였냐”며 “호남을 팔아먹던 당이 호남을 창피하게 만들었다”고 혀를 찼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27일 입장자료를 내고 “헌정 질서를 무시한 정치공작”이라고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당은 검찰 출신 등 법조인 여럿을 의원으로 두고도 조직적인 공세를 펼친 중대 사안을 검증하지 않고 본인들도 당했다고 주장한다”며 “이번 사안은 ‘꼬리자르기’나 ‘물타기’로 덮어져서는 안 될 중대 범죄”라며 지적했다.

/임동률 기자 zero@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