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와 광주군공항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6월 28일(수) 19:45

광주와 전남, 넓게 호남은, 지금, 새 전기를 맞고 있다. 친호남적인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는 호남은 이제야말로 실질적인 혜택과 효과적인 발전전략을 강구할 때다. 실익을 따져가며 상생적인 발전방법을 모색해가야 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칫 큰그림을 못그린 체 문재인정부5년도 허송세월할까 두려워진다. 당장 한전공과대학 설립을 놓고 이견이 팽배하다.

#갖고 싶은 한전공대

한전공대의 입지를 두고 광주와 전남의 신경전이 점차 고조되는 등 대학 설립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기 전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남도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를, 시는 남구에 조성 중인 도시첨단산단을 ‘적지’로 염두에 두고 있는데 19대 대선기간 시작된 줄다리기가 지금까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지난 3월 전남도가 19대 대선의 전남지역 공약으로 발굴해 정치권에 건의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도는 2020년까지 5000억원을 들여 나주 혁신도시 한전 본사 인근 150만㎡에 충청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남권 포항공과대학(POSTECH)에 버금가는 공과대학 설립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민주당이 한전공대 설립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하자 당시 광주에는 ‘한전공대 광주 유치’라는 문 후보의 홍보 현수막까지 내걸리며 시·도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광주군공항이전에 이어 한전공대 입지도 시·도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된 것이다. 요즘 저녁모임에 나가보면, 한전공대가 어디에 설립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광주시민이나 전남도민이나 각자의 논리를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을 펴는 사람이 많다. 민간인까지 의견이 다르다고 싸움까지 벌인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론이 어디로 나든 큰 상처와 갈등이 남을 것 같다.

#갖기 싫은 군공항

얼마 전 광주 광산구와 서구 72만여 시민들의 50년 숙원이었던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제 본격적인 이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와 수원은 군공항 이전을 정부에 정식 건의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이미 돌입하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광주는 ‘이전비용’ 문제에다, 최근에는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10여년 만에 겨우 물꼬를 튼 군공항 이전문제가 꼬이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2년 내에 ‘이전 타당성 조사’를 한 뒤에, 이전 대상지역에 대한 군사작전 및 공항입지의 적합성, 경제성 등을 검토하여 최종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2년이 군공항 이전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현재 전남 어느 지역에서도 받겠다고 하는 곳이 없다. 얼마전 전남도의회는 ‘광주 군사시설 이전 반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이 일었다. 광주시가 올해 1월 조직개편을 통해 광주 군 공항 이전 지원단을 별도로 만들고, 광주시의회도 최근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광주 군 공항 이전 특위를 구성한 데 따른 것이다.

광주시는 국방부의 이전 타당성 평가에 앞서 제출한 건의서에 표본개념의 후보지로 무안, 함평, 영암, 강진, 장흥, 해남, 신안, 진도, 완도 등 전남 서남권 9개 군을 명시한 바 있다. 후보지가 구체적으로 거론되면 해당 지역민들의 찬반 논란이 뜨거울 것이다.

#한전공대 가는 곳에 군공항을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전공대 설립지와 군공항 이전부지가 빨리 결정돼야 광주·전남의 다음 큰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본다. 이 두 문제를 빨리 풀지 않으면 광주와 전남의 많은 상생 과제가 맞물리고 비젼있는 계획들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해서, 제안한다! 받고 싶은 한전공대와 받기 싫은 군공항이 같은 지역으로 가면 된다. 한전공대를 유치하고 싶으면 군공항을 받도록 하면, 광주와 전남의 묵은 과제가 해결된다.

자, 이렇게 하자는 원칙이 합의되면 그때부터 광주전남 전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자체장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가서 크게 발전할 지역이 어딘지 지혜를 갖고 찾으면 된다. 어느 지자체든 나 싫은 것 남 주고, 나 좋은 것 나만 갖겠다는 발상은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

광명시가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와의 갈등을 상생으로 풀어낸 사례처럼 서로 주고받는 긴밀한 거래가 필요하다. 광명시는 고속철도(KTX) 광명역세권을 개발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했다. 2011년 6월 코스트코, 12월 이케아의 입점 계획을 각각 확정지었다.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중소 가구업체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광명시는 주민들을 설득해 중소 슈퍼마켓 상인들을 위한 공동 물류센터를 짓고, 전통시장에는 고객쉼터와 주차타워를 신설한다는 보상책을 내놨다. 대형유통업체는 영업시간을 9시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결사반대’했던 지역상인들은 광명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한다. 현재 이들 3개 대형 유통시설에서는 정기적으로 광명시 관내 중소기업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선 뒤에도 인근 골목상권에는 우려했던 만큼의 타격은 없었다. 오히려 현대화된 광명전통시장은 외지인들이 이케아를 방문하면서 함께 들르는 명소가 됐다.

필자는 지역 정치인들이 한전공대와 광주군공항을 세트로 묶어 일몰 처리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길 바란다. 호남 새천년의 경제비전은 현 광주·전남 지자체장들이 한전공대유치와 광주군공항이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