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아름다움을 탐한 인간, 멸(滅)하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 2017년 07월 02일(일) 1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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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금각사(金閣寺)는 일본에 실제로 있는 사찰 이름이다. 금으로 꾸민 누각(金閣)으로 유명해지면서 금각사가 됐다. 1398년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각은 밤하늘의 달처럼 암흑시대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50년 방화로 모두 소실됐다가 복원돼 지금은 교토의 대표적 관광 상품이 됐다.
금각사의 저자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에 따른 전쟁과 재무장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자위대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시대착오적인 행위로 비난을 받았지만 일부 우익진영에게는 호응을 얻는다.
과거 행적에 대한 거듭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금각사’는 일본 근현대 문학 중에서도 걸작이자 문장력이 탁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소설 ‘금각사’는 아름다움에 대한 극단적인 집착과 파멸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보잘 것 없는 외모와 선천적인 말더듬으로 인해 내성적인 아이가 됐다. 말더듬의 증세는 그의 내면과 외부세계를 차단하는 문의 자물쇠 같은 것이었으나 자물쇠는 순순히 열린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금각처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그는 “아름다움이 명백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자신의 존재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소외된 것이 된다”고 자책한다.
원래 금각은 사람들의 불안과 수많은 어두운 마음의 소유자들이 만든 건물이었다. 그리고 잦은 전쟁과 불안, 수많은 죽음이 금각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미군으로부터 금각이 공습당할 위험이 없어진다면 당분간 살아갈 의미가 사라지고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는 무너져버린다고 걱정을 한다.
마침내 전쟁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났다. 이에 아랑곳없이 금각은 초연했다. ‘옛날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고 미래에도 영원히 여기에 있으리라’하는 표정을 되찾게 했음에 틀림없다.
그동안 금각은 수많은 좌절과 여자와 자신을 가로막는 방해물이었다. 그는 금각을 불태울 결심을 한다.
“금각이 불타면 절간은 변모해 생활의 금과옥조는 뒤집히고, 열차 시간표는 혼란스러워지며, 이 녀석들의 법률은 무효가 되겠지.”
마음속 희열을 느낀다. 이런 결심 탓에 그의 절간 생활은 편안해지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밝아진다. 어떠한 것이든 종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용서할 수 있게 된다. 그 종말을 부여하는 결단이 자신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자유의 근거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환상의 금각은 어둠 속의 금각 위에 생생하게 보였다.
그는 금각 서쪽의 판자문이 열려 있는 입구로 향했다. 가슴은 마구 고동치고 손은 가볍게 떨렸다. 젖은 성냥이 바람을 가린 손가락 사이를 밝히며 타올랐다. 불은 짚더미에 복잡한 그림자를 그리더니 밝고 메마른 들판 같은 색깔을 띠며 점차 사방에 퍼졌다. 불길이 번지자 그의 머리는 한결 맑아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채 쏜살같이 도망쳐 나온다. 나무 사이로 수많은 불꽃이 날려 금각 위의 하늘은 금가루를 뿌린 듯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호주머니를 뒤지니 담배가 손에 닿았다. 그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라고 다짐한다.
인간에게 아름다움은 숭배의 대상이다. 하지만 세상의 온갖 불화는 지나친 아름다움의 추구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리의 세상살이도 꽃길에만 치우쳐서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불나방이 꿈처럼 살고자 날아간 곳은 어둠 속 환하게 타오르는 아름다운 불꽃이었지만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지옥의 문이었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