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무슨 죄이며, 비가 무슨 공이 있겠는가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38)

2017년 07월 10일(월) 19:09

桃花(도화)
해학 이기

필적엔 비가 오고 질 때는 바람 부니
복사꽃이 한들한들 몇 날이 붉은 손가
비바람 무슨 죄이며 무슨 공이 있던가.
開時有雨落時風 看得桃花幾日紅
개시유우락시풍 간득도화기일홍
自是桃花身上事 風曾何罪雨何功
자시도화신상사 풍증하죄우하공

복사꽃, 복숭아꽃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도화(桃花)라고 해 많이들 사랑하고 아꼈다. 춘덕산 복사꽃은 이름대로 복사꽃을 자태를 뽐낸다. 복숭아꽃 축제까지 열리어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단다. 매화나 벚꽃보다 그 엶은 분홍빛은 앙증맞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주위의 녹색배경과는 보색관계가 잘 어울린다.

‘꽃이 필적에는 비가 오고 질 때에는 바람이 부니, 복사꽃 보자 한들 몇 날이나 붉을 손가’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바람이 무슨 죄이며, 비가 무슨 공이 있겠는가’(桃花)로 번역되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해학(海鶴) 이기(李沂·1848-1909)로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가, 계몽 운동가다. 호는 해학(海鶴), 질재(質齋), 재곡(梓谷)이다. 정약용의 학통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대한 자강회의 창립에 참여, 민중 계몽과 항일 운동에 힘썼다. 1907년에 자신회를 만들었다. 저서 ‘해학유서’가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꽃이) 필적에는 비가 내리고, 질 때에는 바람이 부니 / 복사꽃이 네게 보자고 한들 몇 날이나 붉을 손가 // 이 모든 순환과정은 복사꽃 일신상의 일이겠거니 / 바람이 무슨 죄이며, 비가 무슨 공이 있겠는가]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복사꽃]으로 번역된다. 복사꽃은 복숭이 꽃을 말하는데, 4-5월에 잎보다 먼저 백색 또는 담홍색 꽃이 핀다. 시인 이기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나 한성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한편, 장지연(張志淵)·윤효정(尹孝定) 등과 항일운동과 민중계몽운동을 폈다. 1907년 자신회(自新會)를 조직하여 을사오적(乙巳五賊)의 암살을 계획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이 일로 체포돼 7년의 유배형을 받았던 독립운동가다.

시인은 아름다운 복사꽃을 보면서 철철 넘친 시심을 발휘하고 있다. ‘꽃이 필적에는 비가 오고 질 때에는 바람이 몹시 불었으니 송이송이 복사꽃을 보자 한들 몇 날이나 붉어있겠는가’를 하소연하듯이 묻는다. 비와 바람의 시샘 때문에 복사꽃 보기가 어렵겠다는 선경의 시상을 담아낸다.

화사한 복사꽃이란 고운 자태를 담아낸 화자의 정적인 시상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현상이란 모든 순환과정은 복사꽃 일신상의 일이겠다고 했다. ‘그것이 바람인들 무슨 죄이며, 비가 무슨 공이 있겠는가’라는 자문자답으로 정을 맺는다. 그것은 자연적인 현상이지 바람이나 비의 죄이자 공이 아니라는 후정을 일궜다.

※한자와 어구

開時: 꽃이 피다. 有雨: 비가 오다. 落時: 낙엽이 지다. 風: 바람이 불다. 看得: 보다. 桃花: 북숭이 꽃. 幾日: 며칠. 며칠 동안. 紅: 붉다. // 自是: 이로부터. 이 모두. 桃花: 복사꽃. 身上事: 일신상의 일. 자신의 일. 風: 바람. 曾: 곧. 바로. 何罪: 무슨 죄이겠는가. 雨何功: 비가 무슨 공이겠는가.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