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철선 선교사를 보내며 홍인화 |
| 2017년 07월 13일(목) 19:51 |
|
’80년 오월 계엄령이 선포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울 때 기독병원은 사상자들로 병실을 가득 채우고 복도와 현관 바닥까지 차고 넘쳤다. 방금 지원차량에 올라 헌혈을 외치던 여고생들이 총격을 당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모습을 본 헌트리 목사는 그 현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시신이 안치된 곳까지 정신없이 찾아가 바닥에 흘린 피에 미끄러지면서까지 사진을 찍었다. 얼굴 반쪽이 날아간 시신을 대할 때는 성난 늑대처럼 오열하며 울었다. 평상시 늘 글을 쓰곤 했던 부인 허 마르다는 5·18에 관한 글도 썼다. 서로가 겪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메모한 것을 토대로 글을 썼다. 5·18 당시에 헌트리 부부 집에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하루에 22명에 달할 때도 있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적극 활동한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을 만나자 헌트리 목사 사택을 피신처로 삼았던 것이다. 국가 기관의 감시 속에서도 아량곳 하지 않고 끝까지 많은 사람들을 지켜냈다. 당국의 위협이 계속되어 두려웠지만 귀한 생명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기자출신이었던 허마르다와 부부는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왔다. 이들 부부가 찍은 5·18의 사진은, 자료가 되어 거짓 보도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허철선 선교사가 5·18의 사진을 인화했던 암실은 아직도 허철선 선교사 사택에 남아있다.
오월어머니상을 전달하러 제자인 홍장희 목사가 미국까지 찾아갔다. 오월 어머니상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홍목사가 영상으로 찍어와서 함께 본적이 있다. 허철선 선교사는 유골의 절반을 한국에 묻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 후 가족여행을 마치고 소천 했다는 소식을 이 들렸다. 선교사 사택에 빈소를 마련하고 헌트리 추모예배를 드렸다. 이 사실을 SNS로 알렸더니 윤장현 광주시장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5·18 재단과 5월어머니집, 기독병원, 호남신학대 등 여러 인사들이 찾아와 추모했다. 허철선 선교사 댁에서 14년간 일을 했다는 이는 와서 한참을 펑펑 울었다. 허철선 선교사의 성품에 감복했었다며 5·18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을 피신시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수피아여고 교사였던 이는 당시 대학생아들이 두들겨 맞고 학교에서는 퇴학을 당해 암울한 상황에 허철선 선교사가 유학을 주선해 현재 미국에서 잘살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허철선 선교사를 만나본 많은 이들은 그가 무엇보다도 사람을 귀히 여기고 사람을 먼저 세운, 인본주의가 각별했었다고 기억했다. 빛도 이름도 명예도 없이 한평생 살아가는 남장로교의 목사이자 선교사가 광주에서 펼쳤던 이야기는 광주 오월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오월에 대해 헌법에 명시한다는 소식에 감사드리며 더불어 허철선 선교사와 같이 이름없이 오월광주 정신을 온 몸으로 살아낸 이들의 행적에 대한 정리가 하루빨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