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공저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2017년 07월 16일(일) 19:07

우리가 살면서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나의 좌우명이 한때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었다.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거대한 수레바퀴의 길을 막고 서있는 것처럼 무모하게 세상과 부딪치면서 살아왔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방황하기도 좌절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저돌적인 사람이 됐다. 이러한 처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고 때로는 부정적인 평을 듣곤 했다. 지금 직장으로 옮긴 후 과거의 행동방식을 자제하고 나름 고분고분하고, 조직에 순응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이런 모습에 오히려 친구들이 우려하고 걱정할 정도다.

세상에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다. 내 의도와 다른 왜곡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내가 꼭 하고 싶은 업무에 대한 채용공고가 있었다. 실은 예전에 그 기관에 지원해서 실패한 적이 있었기에 머뭇거리고 주저했다. 예전처럼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번에는 어느 언론사에서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나는 면접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전문가로서 꼭 면접을 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내키지 않은 들러리였지만 면접장 분위기는 무거웠고 내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당연히 탈락했다. 하지만 뒷담화가 나를 속상하게 했다. 나의 업무역량이나 능력을 검증하기 보다는 불손한 태도와 자기관리가 부족했다는 엉뚱한 소리를 들었다. 불합리한 주관적인 평가를 통해 의도치 않은 미움을 얻은 것이다. 이와 관련 유대교 교리에는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당신을 싫어하고, 당신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 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한 명만 보고 세계를 판단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미움받을 용기’는 세계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알려진 ‘알프레드 아들러’의 용기의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그는 지난 시절의 아픈 상처인 트라우마를 부정하고, 인간은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이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질 용기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됐고, 심오한 철학적 정의를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고 있다. 청년은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이라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철학자는 세계는 단순하고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고 밝힌다.

‘아들러’는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작은 키를 장점으로 볼 것인가, 단점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작은 키가 다른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는 관점에서 보면 장점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생각은 달라진다.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복을 나의 패배로 여기기 때문에 불행하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남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집착하는 삶이야말로 자신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 생활양식이다. 인간에게 있어 최대의 불행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에 발목 잡혀 새로운 출발을 주저하거나 머뭇거린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삶까지 불행으로 이끌려고 한다. 지난 시절의 고통은 빨리 잊어야 한다. 나의 힘찬 발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또한 남의 이목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나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남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않는다. 비록 실패가 눈앞에 있더라고 당당히 세상과 맞서야 한다. 내가 있어야 세상이 존재한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