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주의 시간이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7월 19일(수) 19:18

최근 만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이제 광주의 시간이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껏 좋아진 여건을 이제 광주가 잘 활용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비단 광주 뿐 아니라 전남, 전북에도 참 중요한 시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 김대중·노무현정권을 지나면서 호남 사람들은 많은 후회를 했다. 그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지역 내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해 많은 것을 놓쳤다는 자가비판이 아직도 존재한다.

과거 체험을 통해 좋은 기회를 놓치면 큰일난다는 지역공감대를 의식해서인지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번 기회를 잘살리지 못해 미래 이 땅에 살아갈 후배·후손들 ‘그때 그 좋은 문재인정부 시절, 무엇을 했느냐’는 원망을 들을까봐 겁 난다고 했다. 해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살려내 호남의 미래를 위한 마중물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대통령도 이런 광주·전남의 시급하고도 절실한 환경을 잘 알고 있다. 필자는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이 지역 공약을 내놓으면서 했던 말을 감동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이제 다시, 광주의 자부심을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만들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단연코 정권교체입니다. 광주전남이 중심이 되어주십시오. 어떤 일이 있어도 호남의 정권교체 열망에 보답하겠습니다”

자, 이제 ‘광주의 자부심을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만들 시간’ 개봉박두다.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시간이다. 그런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현재의 시간을 제대로 만들려면 다른 지역보다 두배 세배 큰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해진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차별과 홀대의 시간 동안 필자는 중앙정부에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항의를 했다. 지난 역사에서 받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책적 배려 없이 타 지역과 똑같은 예비타당성 평가, 수요 예측, 사업성의 잣대로 예산깎는 것이 불편부당하다고 항변했었다. 그때마다 반박의 말로 듣던 얘기가 있다. 국비확보 경쟁에 나선 광주시와 전남도의 노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다. 겨우 10-20페이지에 성의 없이 작성된 국책사업 신청서를 내밀고 국회의원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하면서 명확한 비전 제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전문가가 봐도 혀를 내둘를 정도로 해서 내미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현저히 기획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행이 요즘, 광주시와 전남도가 또다시 그런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전문성을 갖춰 적극적으로 새정부출범부터 구체적인 세부전략을 세워 접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더욱 분발해 대통령 공약사업 및 국정과제 등과 연계된 차별화된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해 정부의 국고 지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전남에 대한 국비 지원이 특혜로 비춰지지 않도록 타 지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자산을 적극 활용한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을 수립해 치밀하게 접근해야 할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제 19일 ‘나라다운 나라건설’을 기조로 앞으로 5개년 국정운영과제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미래 먹거리 산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 등을 기반으로 한 광주·전남 주요 현안 사업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대선에서 약속했던 광주·전남 19건의 공약을 포함시켰다. 한전공대 건립, 에너지밸리 조성, 친환경자동차 부품단지 육성사업, 국립심혈관센터 건립, 광양만 활성화, 광주 군 공항 이전, 스마트 농업 육성, 선박 수리 등 조선업 단지 조성 등이다. 여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포함과 집단 발포 명령자 헬기 사격 진상 규명 등도 과제에 포함됐다.

문제는 이런 사업 예산이 내년 2018년 예산에 바로 반영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국가예산이 잡히지 않고는 실현 불가능하다. 문재인정부 초반부에 대부분의 예산이 잘 반영돼 사업이 순조롭게 굴러가도록 하려면, 지금부터 광주시와 전남도의 남다른 예산반영 노력이 필요하다. 각 부처의 예산사업으로 조기에 확정지어나가기 위해 광주·전남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지역민의 삶을 그리고 행복을 담보할 구체적 사업을 중앙에 전달해야 한다.

특히 1년밖에 남지 않은 민선6기 광주시와 전남도 현 지자체장들은 박근혜정권과 함께 한 지난 3년간의 성과가 미비했다면 앞으로 남은 1년 문재인정권 시절에 못다한 과제들을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년이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특히 광주 군공항 이전이나 한전공대 설립 등 광주시와 전남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 많은데다 영남-호남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중첩돼 있다. 우리 내부에서 먼저 문제를 명쾌하게 풀고 정부에 새로운 미래 비전을 위한 투자를 요청하는 자세, 대형 프로젝트 발굴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지역민이 윤장현 광주시장과 김갑섭 전남도지사 권한대행이 남은 1년 동안 얼마나 추진력을 발휘해 지역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지 기대에 찬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상생의지를 잊고 공동사업을 자신이 먼저 가져가려한다면 미래 비전과 큰 프로젝트들은 초기에 꼬여 풀기 어려워질뿐 아니라,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는 점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초창기에 정한 13개 국정과제 말고도 광주·전남은 시급히 대형 프로젝트 개발에 나서야 한다.

떡을 줘도 떡 받을 준비가 안돼 떡을 못 먹게 된다면, 미래 호남에 살 후손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