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마이웨이 찾기 이현 아동문학가

2017년 07월 20일(목) 19:01

“이게 뭐지?”

푸른 수의를 걸쳐 입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가슴을 빨고 있는 그림을 보셨나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립미술관에는 네덜란드의 화가 루벤스가 그린 그림, ‘노인과 여인’이 벽에 걸려있다. 미술관을 찾아와 이 그림을 처음 접한 관람객들은 그림 앞에서 망연자실, 기가 막혀 돌아서거나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저렇게 저속한 그림을 미술관에 그것도 국립미술관에 걸어 놓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그림 속 노인과 여인의 모습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푸른 수의를 걸쳐 입은 노인은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투사로 젊은 여인의 아버지, 시몬이다.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는 여인은 노인의 딸, 페로다. 로마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해 감옥에 처넣고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형벌은, ‘음식물 투입금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던 노인은 서서히 기력을 잃어갔고,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딸은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찾아갔다. ‘음식물 투입금지’ 형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본 딸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를 위해 딸은 가슴을 풀어 아버지에게 젖을 물리고, 그 딸의 마음을 헤아린 아버지 또한 딸의 젖을 빨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것을 본 로마의 사형집행관은 딸의 효심에 감동해, ‘죄는 밉지만 인간은 밉지 않다.’라는 말과 함께 노인을 석방했다는 이야기가 담긴, 역사적 그림이다. 언뜻, 외설적 그림으로 보이지만 한 발짝만 다가서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가슴 아픈 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보는 것도 아니다. 똑같은 책을 함께 읽고도, 똑같은 신문을 함께 보고도 서로의 눈에 비친 글귀가 다르듯이, 우리는 모두 각자가 만들어 놓은 주관적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 진정한 팩트를 알려고 하기 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며 해석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다, 예상치 않았던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할지라도 재빨리 멈추기 보다는 눈 딱 감고 걸어버릴 때가 있다. 자신이 내린 선택과 결정에 확증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여 취하려 할 뿐, 그에 반하는 것들은 애써 무시하며 간과하며 보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아볼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

가던 길 멈추고 한걸음 물러서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어떤 길인지, 어디를 향하는 길인지, 한 번 쯤은 더 되 집어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날씨도 더운 여름, 그냥 묻어가는 삶이 아니기를 바란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팩트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한, 보여 지기 위한 삶이 아닌, 진정한 마이웨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