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 (1)프롤로그 사람·건축·문화의 만남…구도심 활력 이끈다 금남로·충장로 등 유동인구 많은 곳 29개 설치 소통 부재로 지역민 외면…상생의 해법 찾아야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07월 26일(수) 20:05

▲미니폴리=인피니트 엘리먼츠(국형걸·신수경)

대도시의 팽창과 성장은 신도심의 출현을 전제로 한다. 이 과정에서 구도심의 쇠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주 역시 옛 전남도청, 광주천 인근 등 구도심 공동화가 한때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2011년 시작된 광주폴리(Gwangju Folly)다. 광주시는 지난 7년간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폴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 수단의 한 축으로 건축을 접목, 도심 내 브랜드 가치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구도심 곳곳에 폴리가 조성돼 새로운 환경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일정 부분 순기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역기능 또한 적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3차에 걸쳐 이뤄진 광주 폴리를 점검하고 개선 대책과 지향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뻔뻔폴리=미디어셀(김찬중·진시영)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광주폴리의 현주소

광주시가 날이 갈수록 공동화되는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광주폴리(Gwangju Folly)다. ‘폴리’(Folly)란 사전적 의미로는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즉 건물 자체의 기능적인 역할보다는 심미적 역할에 치중하는 것을 뜻한다.

광주폴리가 갖는 의미는 기존 폴리와는 조금 다르다. 폴리의 장식적 역할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론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광주폴리는 2010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세부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다. 2011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원도심 활성화 방안으로 폴리를 꺼내든 셈이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활용, 광주만의 명소를 만들어 후세에 남길 수 있는 문화자산을 창조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현재 1·2차 폴리(19개 작품)를 거쳐 3차 광주폴리(10개 작품)가 부분 공개된 상태다.

하지만 폴리는 광주시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폴리 작품들을 통해 관광객을 유인하거나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일부 폴리의 경우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미관을 해치는 등 주민 반발을 야기하기도 했다.

◇난해한 의미…지역과 소통 단절

광주시민이 오가는 구도심 곳곳에 위치한 폴리는 시민의 삶 가까이에 있다. 금남로, 충장로 입구, 예술의거리 인근, 광주천·광주공원 인근 등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29개의 폴리가 설치돼 있다.

▲쿡폴리=콩집(장진우)

하지만 폴리가 ‘광주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역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폴리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다”, “시민 세금 낭비다”라는 등 다양한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시민들이 폴리라는 개념을 이해하기도 낯설고, 건축물의 의미와 용도 역시 쉽게 이해하긴 어려워서다. 유명 건축가·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간 활용부터 예술성까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뷰폴리=자율건축(얀&팀에들러·문훈)

관련 전문가들은 매회 폴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시민’이 배제됐다는 사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정작 광주폴리를 즐기고 누릴 시민의 소통과 이해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차 프로젝트 이후 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점, 폴리작품의 시민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에 3차 프로젝트에서는 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민협의회’를 꾸리기도 했으나 그 역할은 미미했다.

또한 3차 프로젝트에서 전문가와 시민이 협업해 아이디어를 내는 등 공모전을 진행하고 작품 구상에 참여했음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콩집’, ‘청미장’ 등과 같은 쿡폴리(cook folly)를 통해 차를 마시고 음식을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변화도 줬다. ‘신개념 폴리’인 쿡폴리가 ‘반짝’ 인기를 얻나 했지만, 여느 요식업 사업장처럼 관심이 시들해졌다.

◇광주폴리, 가치를 키우자

광주폴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돼야 할까.

광주폴리는 구도심을 예술·건축으로 재생한다는 기획 취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광주시가 중심으로 나서 지난 6년간 85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공동화된 도심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투자를 지속해 가겠다는 의지다.

▲뻔뻔폴리=소통의문

사실 광주폴리와 같은 사례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광주폴리처럼 정기적으로 도심재생·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은 없다. 특히 세계 굴지의 건축가·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광주지역에 모아다놓은 것만 해도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운영만 잘 한다면 폴리는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밝힐 동력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시민사회와의 소통,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지역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는 건축물은 지역민의 자부심으로서 작용한다. 특히 낙후 도심을 재생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폴리와 구조적인 접근은 다르지만 건축물을 통해 도심재생에 성공한 국내·외 사례가 적지 않다.

45년 역사를 지닌 서울역 폐고가도로에서 도심 속 고가정원으로 변신한 ‘서울로 7017’, 2005년부터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공공예술 축제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부산 ‘고려제강 수영공장’, 전국 최초로 해변 폴리를 설치한 포항 ‘워터폴리’ 등 국내에서 건축을 통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우수사례를 돌아볼 계획이다.

해외 사례로는 프랑스 파리 라 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 리옹 오렌지 큐브(Orange Cube), 마르세유 프리쉬 라 벨드메(Friche la belle de mai) 등을 살펴본다.

위 사례들의 운영 방식, 지역민과의 소통 등을 둘러보고, 각 사례가 지역사회에 가져온 순기능들을 광주폴리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제언할 계획이다.

사람과 건축, 문화가 어우러져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국내·외 사례를 직접 취재하고 기획 시리즈(10회)로 싣는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