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이 클수록 아름답다 정우범 |
| 2017년 07월 27일(목)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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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창작에의 길은 참으로 고단하기 그지없다. 창작이 어디 쉬운 일인가. 고통 없이는 불가능하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머리를 숙이고 고민하는 것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창작이란 것이 이뤄진다.
창작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의 삶이 괴롭고 힘든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멋질 수 있지만 그걸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그림이 좋아서 묵묵히 이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이 창작의 길로 들어서 붓질을 한다. 무엇 때문일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난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발명왕 에디슨, 링컨대통령, 이순신장군 등을 수없이 모사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 그린다는 이야길 줄곧 들었다. 그것에 홀려서 더욱 그림 그리기에 빠져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광주 교대 졸업 후 교사로 재직하면서부터 방과 후에는 그림 그리고 싶은 어린이들을 모아 아동화를 지도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결정을 내렸다. 교직을 접고 전업 작가로의 길을 과감히 걷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사회물정 모르는 무모한 결단이었다. 물론 아내의 무한한 이해와 배려에 힘입어 그 같은 결정이 가능했다.
교사 대신 화가로의 길을 선택한 것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그림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은 화가로서 나에게 소중한 가치를 심어주었다. 바로 어린이 그림이다. 어린이들의 순진무구한 그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선과 색 그리고 형태감에서 자유롭게 대담하게 보여지는 것은 가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그 천재성은 자라나면서 변질되거나 왜곡되어 버리곤 한다. 그리고 자칫 잘못된 조기 교육으로 망쳐버리기도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들도 어린이 그림과 같은 유치함이 엿보이는 그림으로 회귀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하기도 한다. 그것을 보더라도 어린 시절의 천재성을 멀리 돌고 돌아 다시 획득하면서 위대한 작가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나도 어린이처럼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한다. 천재성이 아니더라도 창의성을 거기서 찾아내보려 애쓰는 것이다.
나만의 창작. 나만의 걸작을 남겨보고자 하는 게 나만의 꿈일까. 아니다. 창작을 하는 모든 작가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래서 고통을 동무삼아 하루하루 작업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필’이 아닌 ‘기어코’ 좋은 작가가 되기를 소망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통이 결코 고통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과정에서 기쁨이 되고 가슴 가득히 희열로 승화되는 감동이 있기에 ‘기어코’ 작가이고자 하는 것 아닐까. 그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다. 창작을 업으로 하는 우리 작가들이 누리는 고통이 주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