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혁명과 내전, 그리고 운명적 사랑 ‘닥터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 2017년 07월 30일(일) 1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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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는 전통적 소설 기법이 아닌 독특한 형식(소설로 쓴 시)을 취하고 있다. 사건의 전개도 복잡하고, 개연성도 다소 떨어져 내용을 이해하는데 쉽지 않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임에도 찬사와 혹평이 엇갈린다. 급기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소련 공산주의의 처참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닥터 지바고를 지원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1956년 발표된 이 작품은 10월 혁명과 혁명의 주역인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비판했다는 이유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출판되지 못하고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판됐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는 러일전쟁(1904), 제1차 세계대전(1914), 러시아 혁명(1917)을 거치면서 급격한 사회적 변혁을 맞이한다. 특히 러시아 혁명(볼셰비키 혁명)은 국가 체제가 바뀌고, 니콜라이 황제가 살해당하고, 민중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소설은 혁명과 내전의 한복판에 있었던 ‘지바고’의 처절한 삶과 극심한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라라’와의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 어쩌면 지바고와 라라를 통해서 러시아의 운명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
라라의 불행의 시작은 집안 후견인을 자청하고 엄마의 정부가 된 코마롭스키 변호사로부터 비롯된다. 라라는 소녀시절부터 모욕적인 강제 추행을 당한다. 줄곧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라라는 새로운 생활을 위해 남편 파샤와 유리아틴의 중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다. 곧 파샤는 육군사관학교에 자원해 그녀의 곁을 떠나고 라라는 간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파샤를 만나기 위해 전선의 이동 야전병원을 전전한다. 지바고는 한때 대부호 집안이었지만 가산을 탕진한 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친척의 도움으로 의과대학에 진학, 의사가 됐다. 그의 집안의 파산과 아버지 죽음 뒤에는 공교롭게도 코마롭스키의 교활한 음모가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바고는 군의관으로, 라라는 간호사로 만나서 서로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이미 가정이 있던 두 사람은 엇갈린 운명을 걷는다. 이후 지바고는 숲의 빨치산에게 납치돼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의사로서 질병 치료에 전념하다 도망쳐 나온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지바고는 라라의 집으로 향한다.
지바고는 라라가 여자 중학교의 졸업반 때부터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때 당신이 나의 내부에 불러일으켰던 매혹의 세계를, 나의 전 존재 속에 흘러들어와 이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는 열쇠가 됐지.” 그녀에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지바고에게 라라는 러시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수난자이자 고집쟁이며 미치광이자 맹목적 사랑인 러시아, 결코 예견할 수 없는, 영원히 위대하고 파멸적인 위험이 도사린 모험에 뛰어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러시아인 것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삶을 사랑하는 것을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내전의 와중에 지바고의 아이를 임신한 라라는 코마롭스키의 속임수에 빠져 시베리아 극동으로 떠난다. 그녀가 떠나자 지바고는 점점 미쳐 갔다. 그리고 라라와 혁명을 기록한다. 혁명에 관해서는 “숲은 언제 보아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영원히 성장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모를 확인할 수 없는 사회의 삶과 역사가 우리의 눈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또한 “혁명은 활동적인 사람들, 편협한 광신자, 자기를 규제하는 천재들에 의해 수행된다. 그들은 몇 시간 또는 며칠 사이에 이전의 질서를 엎어 버리고, 이 변동은 몇 주일 몇 년이나 이어지면, 대변동으로 이끈 편협한 정신은 그로부터 몇십년 몇백년 성물처럼 숭배의 대상이 된다”고 혁명의 폐단을 지적한다.
어느 날 이미 전사했다고 생각했던 라라의 남편 파샤가 찾아온다. 파샤는 라라를 기억하면서 “시대의 모든 눈물과 원망, 시대의 축적된 모든 보복과 긍지가, 그녀의 얼굴과 행동거지, 그 소녀다운 수치심과 그 대담한 아름다운 자태, 그녀의 이름으로, 시대를 고발하고 있었던 겁니다”라고 말하며 라라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음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8월 말 어느 아침, 지바고는 부트킨 병원에 일자리를 얻어 첫 출근 길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죽음을 맞이한다. 라라 역시 카메르게르스키에서 며칠동안 지내다가 집을 나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