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생애 미션은 ‘빛의 작가’를 지키는 일 김차순 |
| 2017년 08월 03일(목) 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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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친구였던 고갱도 마찬가지다. 생활고에 찌들었다. ‘파리의 고갱’이란 영화를 보면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타히티에서 생활하다가 파리로 돌아온 고갱은 파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그러나 전시회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마음의 고향인 타히티로 되돌아가길 희망했으나 작품이 많이 팔리지 않은데다 자신의 삼촌이 남긴 유산으로 받은 돈을 몽땅 잃어버린 고갱은 생활비와 배삯 마련에 절치부심한다. 타히티와 그리고 파리로 돌아온 이후 그린 그림을 헐값에 넘겼으나 배삯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였던 고흐의 작품을 몇 점 소장하고 있던 고갱은 망설임 끝에 고흐 작품을 화상에 넘기고 간신히 타히티로 가는 배삯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 화상에게 고갱은 제안한다. “앞으로 타히티에서 그리게 될 작품을 그리는 족족 파리로 보낼테니 매달 200프랑만 생활비로 보내 달라”고 한다. 그러나 화상은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고흐의 작품만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만약 그 화상이 제안을 수용하고 고갱의 작품을 몽땅 받았다면 화상의 자녀들은 후에 뛰어오르게 될 그림 가격으로 상당한 거부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화상은 당장 눈앞의 셈법에 눈이 가려 세계적 거장의 잠재된 가치를 몰라 본 것이다.
간혹 유혹을 받곤 한다. 대작 수십 여점을 일정 정도의 가격에 가져가겠다는 화상의 제안이 심심찮게 들어온다. 우제길 미술관 건립과 확장에 만만찮은 비용을 들인 탓에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 임에도 잠시잠깐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우선 힘들다고 소중한 작품을 떨이로 넘길 수는 없다. 그것은 우제길 화백의 자존심을 허물어뜨리는 일일뿐만 아니라 ‘빛의 작가’ 로 위상을 쌓아온 광주작가의 한 사람으로서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팍팍하고 힘들어도 타협하지 않고 고단한 길을 마다하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인다. 예전에 미술시장이 좋았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에도 우제길 화백의 작품은 비구상인지라 대중의 호응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도 ‘우잠바’로 잘 버티어냈다. 오로지 빛고을 광주에서 빛을 테마로 하는 작가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굳건히 지켜왔다. 그 과정에서 95년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 작가로 출품했고 이광희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콜라보를 통해 미술과 의상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설치, 영상 등 작품의 다변화를 타지하며 ‘빛’을 테마로 한 우제길 예술 세계의 진폭을 넓혀왔다.
아직 그 고단함이 끝나지 않았다. 우제길 화백의 뒷바라지는 물론 미술관 경영도 만만찮다. 때론 우화백의 작품과 문화상품 판매를 통해 미술관 경영을 도모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우제길 화백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당당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 우제길 화백이 광주의 ‘빛의 작가’로 고정된 컨셉트에 매몰되지 않고 늘 새로움을 만들어가도록 내조하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에 젖어든다. 당장 배고플지라도 작품을 쉽게 내어줄 수는 없다. 그 같은 뚝심으로 우제길 화백의 예술세계를 지키고 미술관을 운영하며 우제길 화백을 보필해오고 있다. 우제길 화백이 언젠가는 광주의 자랑이 되고 대표작가가 될 것이라는 꿈이 있다. 상당부분 이뤄졌고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게 분명하다. 그게 우제길 화백의 반려자로 내가 이 생에서 해야 할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