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 정치·도의적 책임 다했는가

2017년 08월 06일(일) 18:32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도의적 책임을 저버린 것 아니냐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 국민의 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출마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마의 명분치고는 설득력이 약하다. 증거조작으로 구속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관련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불과 며칠 만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당권 도전의 명분으로 당이 존폐위기에 놓여있다는 절박함을 제시했다. 그의 말대로 국민의 당은 5개 정당 중 지지율 4%대로 존립의 위기에 몰려있다. 그 결정적 이유는 ‘제보조작 사건’ 때문이다.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가장 크다.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게 당연하다. 또 본인 스스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놓고 말을 뒤집는 것은 신뢰의 문제다. 당의 생존을 위해 나섰다는 명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권도전 외에 당을 살리는 길은 없었을까?

안 전 대표는 6일 ‘혁신비전 간담회’를 열고 당권도전의 결심이유에 대해 “심장이 정지돼 쓰러진 환자는 웬만해서는 심장이 다시 뛰지 않는다. 전기 충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 충격을 줄 수 있는 비전을 가진 이는 바로 자신이라는 표현으로 들린다. 하지만 안 전대표의 조기 등판에 당안팎에서 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당내 12명의 의원이 “책임정치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호남 민심도 싸늘하다. ‘새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동이고, 코미디라는 날선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김경진(광주 북갑) 국회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명분이 없다.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국민의당에 대한 신뢰는 불신으로 변질됐다”며 “안 전 대표는 새로운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민의당이 추진하는 개혁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전대표가 보여준 우유부단한 태도와 말 바꾸기, 모호한 정체성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당의 미래를 위해 당권 도전에 나섰다는 그의 논리는 설득력도 약하고, 대의와 명분에서도 자신의 정치권 야심을 포장한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