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학문의 길, 어리석음을 깨우치자 ‘격몽요결’ 율곡 이이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 1만2천원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2017년 08월 06일(일) 18:54

조선시대 학문의 목적은 먼저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과정이라고 봤다.

다음은 과거급제를 통한 입신양명이었다. 그간 시대가 바뀌고 교육의 체제가 확 바뀐 지금의 학교에서는 전인교육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사법고시가 출세의 지름길로 자리 잡고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학문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남을 교화시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율곡 이이는 1536년(중종 31년) 12월 강릉의 오죽헌 외가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너무나 유명한 신사임당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학문적 재능과 총명함을 보여줬다. 열여섯에 어머니를 여의고, 삼년상을 마친 열아홉에 불교에 귀의한다. 잠깐의 승려생활은 학문의 성과와 관직생활에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29세 때 대과에 응시해 장원급제를 한 후 벼슬과 은둔을 거듭하면서, 41세에 해주 석담에서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지었다.

교육의 지침서이자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중요한 비결을 담은 격몽요결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일부 내용을 발췌해 정리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학문이 아니고서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고 배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학문의 목적이 단순히 지식습득이 아닌 수양이라고 본 것이다.

학문의 뜻을 세운 다음에는 낡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그 마음과 뜻을 게을리 하고 그 몸가짐과 거동을 멋대로 한 채 단지 한가하고 편안하게 지내고자 한다.

둘째, 고요함을 지키려 애쓰지 않으며 어지럽게 드나들면서 말이나 일삼으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을 좋아하고 다른 것을 미워하면서 세속적인 데에 빠져드는 것이다.

넷째, 글을 꾸며 훔쳐와 헛되이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다.

다섯째, 글재주에만 공을 들이고, 거문고 뜯으며 술 마시기를 일삼아 한가롭게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여섯째, 한가로운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을 일삼으며 배부르게 먹는 것을 온종일 해 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것이다.

일곱째는 잘살고 귀하게 사는 것을 부러워하고 가난하고 천하게 지내는 것을 싫어하며 너절한 옷과 거친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여덟째, 탐하는 욕망에 절도가 없어 끊거나 절제하지 못하고 재물과 이익이나 노래와 여색의 맛을 사탕처럼 여기는 것이다.

낡은 습관을 버린 후에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구용(九容)을 따라야 한다. 걸음걸이를 무겁게 하고, 손 모양을 공손히 하고, 눈 모양을 단정히 하고, 입을 다물고, 목소리를 조용히 하고, 머리 모양을 똑바로 하고, 숨쉬기를 정숙히 하고, 서 있는 모습을 덕스럽게 하고, 얼굴 모습을 장엄하게 해야 한다.

독서의 중요성과 도서 목록을 추천하고 있다. 대체로 글을 읽는 데는 반드시 한 가지 책을 찬찬히 읽어서 그 의미와 이치를 모두 깨달아 다 통달해 의심스러운 곳이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예경, 서경, 역경, 춘추 순으로 읽기를 권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자는 정말로 드물다. 이는 부모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하는 데서 말미암은 것이다.

세월이란 흐르는 물과 같아 부모를 섬기는 시간도 길지 않다. 그러므로 자식된 자는 모름지기 지극한 정성을 다해 섬겨야 한다.

끝으로, 과거시험과 벼슬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이 벼슬하는 데에 급급하다가, 벼슬하고 난 다음에는 또 그 벼슬을 잃을까 걱정한다.

벼슬이 높은 자는 도를 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생활을 위한 벼슬을 하더라도 청렴하고 부지런히 일을 해서 공무를 받들어 자기 직무를 다해야 하고, 노는 관리가 돼 배불리 먹기만 해서는 안 된다.

격몽요결은 시대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를 지배한 성리학적 사상과 윤리, 양반계급과 가부장적 사회를 위한 교육의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문하는 자세와 인간 도리(부모를 섬기는 법, 예법, 인간관계)의 가르침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