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서판(身言書判) 조영환 |
| 2017년 08월 08일(화) 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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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언어폭력’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어폭력’이란 ‘말하는 사람의 언어적 표현이 듣는 사람에게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느낌을 주어 상대방의 자아 개념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가리킨다. 언어폭력은 두 가지다.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언어폭력이고, 둘째는 통신상의 언어폭력이다. 언어폭력의 사례를 예를 들면 이렇다. “그것도 못하는 녀석이 앞으로 무얼 하겠나!”, “상놈의 자식이 어디서 굴러왔어?”, “정말 성질이 못돼 먹었구나!”, “그 얼굴을 어디다 내밀겠니?”, “빌어먹을 놈!” 등이 있다. 정보통신상의 언어폭력에는 인터넷의 이메일 등을 통한 악성댓글, 카카오톡, 밴드, 문자 등을 이용한 폭언, 블로그의 트위터, 카페 등을 이용한 폭언 등이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의 언어폭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막말과 폭언을 쏟아 내는 사회는 막가는 사회이다.
어휘가 사나워지고 억양이 거칠어지는 사회에서는 어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가 없고, 착한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가 없다. 이러한 사회는 틀림없이 병든 사회이다. 날카로운 언어를 휘둘러 대고 음습(淫習)한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사회는 부패한 사회이다. 자극적이고 성정(性情)적인 단어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경향이 있어 처음 들을 때는 엄청나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지만 한두 번 더 들으면 별로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된다. 온갖 난폭한 말이 쏟아져도 아무도 개의치 않고 별것 아닌 것처럼 지나가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누구보다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세심해야 한다. 공중 매체를 타고 전달되는 말이 국민과 특히 어린 세대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로부터 지도자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의 정치 지도자들이 말을 함부로 하고 아무런 여과 없이 내뱉는 것을 볼 때,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한 기관의 장이 그 기관의 구성원들 앞에 나가서 담화를 할 때, 그 구성원들이 마음속으로 “오늘은 또 무슨 괴상한 발언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할까?”하고 염려한다면, 자신의 언어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청중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유발하고, 그런 말을 하는 지도자의 인품뿐 아니라 그 지도자가 거느리는 단체의 품격을 크게 떨어뜨린다.
언어생활은 일찍부터 배우고 연습해야 잘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생활에 있어서 언어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말하는 법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이다. 공중연사(public speaker)에게 필수적인 예모를 갖추고 정중한 태도에 관한 부분은 우리 젊은이들도 꼭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여겨진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알고,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무례하지 않게, 나아가서는 상대방의 호감과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말하기만큼 체계적인 연습을 필요로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에 담긴 음식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이 더러우면 그 음식은 먹을 사람이 없다.
사상이 밥이라면 언어는 밥그릇이다. 먼지가 묻은 밥그릇에 담긴 밥을 먹는 사람은 건강에 위해를 받을 수 있고, 독이 묻어 있는 밥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는 사람은 금방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밥그릇처럼 언어에도 각양한 모양과 색상과 무늬가 있다. 자기의 지위와 신분에 맞게 품위 있는 표현과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면 그 사람은 크나큰 존경과 신뢰를 얻게 된다. 반대로 지도자가 부적절한 단어와 무례한 표현을 사용하면, 듣는 이들이 말하는 사람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 즉석에서는 면박을 주지 않겠지만 그 장소를 떠나서는 수치심을 느끼고 탄식하면서 그 말을 한 사람을 경멸할 뿐 아니라 결국은 배척한다는 사실을 모든 지도자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자(賢者)는 이렇게 말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니라”라고 성경 말씀를 기억해 보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