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할머니들 재판 서둘러야

2017년 08월 09일(수) 18:58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사죄해야 합니다. 무심했던 우리나라 정부도 너무했습니다.” 지난 8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최정례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씨가 기자들과 만나 밝힌 의미심장한 말이다.

광주지법 민사1단독 김현정 부장판사는 이날 김영옥(85) 할머니와 최정례(당시 15세)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씨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 1억2천만원, 사망한 최 할머니의 유족에게는 상속분에 근거해 325만6천684원의 위자료를 미쓰비시가 배상하도록 했다. 미쓰비시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 나오는 전범기업으로, 김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1억5천만원의 배상을, 최 할머니 유족 이씨는 3천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다른 유사 소송과 마찬가지로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는 1억2천만원의 배상액을, 도난카이 대지진 때 사망한 최 할머니는 1억5천만원을 적용해 상속지분을 산출했다. 이 배상액은 피해자들의 위자료만 산정한 금액으로, 원고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산정에 오랜 시일이 걸리는 임금 체불 금액은 포함하지 않았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피해 할머니들이 겪어온 고초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그동안 속죄나 배상을 외면해 온 일본 정부의 졸렬한 행동에 직격탄을 날렸다는데도 속이 다 후련하다.

오는 11일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가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이날 소송도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 본다. 하지만 문제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의 1심 선고에서 이기더라도 미쓰비시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긴 법정싸움은 계속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 시민모임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 참여중인 생존 피해자들은 총 8명으로 평균 연령은 86.8세이며, 대부분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에 계류된 재판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하며, 나머지 판결도 원활하게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