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의 의미 이호행 사회부 기자

2017년 08월 15일(화) 18:30

지난 14일 ‘세계위안부의 날’을 맞아 광주지역 5개 각 자치구별로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됐다. 이날 제막식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자”고 친일 잔재 청산을 다짐했다.

이처럼 소녀상 건립을 통해 친일역사 청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에 있는 친일잔재 조사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광주지역 친일잔재 전수조사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신속한 작업이 요구된다.

광주시는 지난 2015년 남구 광주공원에서 친일인사 선정비 관련 단죄비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3년째 별다른 진척이 없다. 지난 4월 TF팀을 구성하고 친일 잔재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한 두차례 회의만 가졌을 뿐 조사는 진행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광주지역에 소재한 일제강점기 시설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일례로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뒤쪽 동굴은 일제 강점기 광주비행장 유류저장소로 사용된 곳이다. 이에 광주시교육청이 이 동굴들을 역사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예산문제로 계획이 중단됐다. 또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6월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앞장섰던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이금주(98)회장의 기록물을 전산화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했지만 목표 금액을 다 모으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회장이 그간 법원을 드나들며 한 증언, 진술서 등은 해방이후 강제노역 피해자들과 남아있는 가족들의 처참한 삶이 그대로 기록돼 역사적 가치가 크지만 모금액 부족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겉으로 치적이 쌓이는 소녀상에는 관심이 계속되는 반면 정작 앞으로 광주에서 기억해야 할 친일 잔재 조사와 청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광복절 72주년을 맞아 이제는 친일 잔재를 기억하고 단죄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사업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