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의 큰형’ 박선홍 회장님을 추모하며 정명혜 |
| 2017년 08월 15일(화) 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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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먼지까지도 사랑했던 이
‘박선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등산이다. 광주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등산을 좋아하지만 그에게 있어 무등산은 필생의 업이었다. 1950년대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사회 첫발을 시작한 그는 당시 민둥산이었던 무등산을 가꾸기 위해 무등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무등산인이 되었다. 전설과 유적, 유물은 물론 수목 하나, 돌 하나까지도 애정을 가지고 조사하고 자료를 찾았다. 20여년간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여 엮은 책이 <무등산>이다. <무등산>은 1976년에 초판을 낸 이래 40여년을 거쳐 여덟 번이나 증보판을 펴냈다. 증보를 할 때마다 하나라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집필 영역이 무등산 자락을 넘어가고 있었다. 어느날 “회장님, 이렇게 조금씩 넓히다 보면 한라산까지 가겠어요.”라고 했더니 “아이구, 그런가.”하면서 웃으시는데 당신은 가능만 하다면 무등산의 먼지까지도 다 넣고 싶을 정도로 무등산을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셨다. 민둥산이던 무등산이 자연이 살아있고 지역민과 공생할 수 있는 국립공원이 되기까지는 60여년 넘게 무등을 끌어안고 살아온 그의 행보가 토대가 되었다.
광주 역사의 스토리텔러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우리에게는 밋밋하고 그저그런 것도 회장님의 입을 빌리면 귀에 착 달라붙고 맛깔스러워졌다. 또한 그는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를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특히 광주, 광주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탁월했다. ‘남동 아무개’ ‘임동 아무개’식으로 물어봐도 언제나 손금을 들여다보듯이 광주의 모든 역사를 훤히 기억하고 있다. 광주와 광주 사람들에 대한 그의 유별난 관심과 폭넓은 식견을 몇몇 사람만 듣고 흘리는 것이 너무도 아까워 월간 <금호문화>에 ‘광주 옛과 오늘’이라는 타이틀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의 글은 지나간 역사 속에서 살았던 광주 사람들에게는 잊혀져 가는 기억을 되살려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광주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겐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광주의 역사를 가르쳐주는 계기가 되었다. 애초에 1년 연재하려던 것을 2년으로 늘려 연재할 만큼 독자들의 반응 또한 좋았다. 그의 광주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재가 끝난 후 더 다듬고 보완하여 <광주 1백년>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는데 이 책은 광주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입문서이자 광주학을 여는 구심점이 되었다.
‘민(民)’의 모든 것을 사랑하다
그는 유독 ‘민학(民學)’을 사랑했다. 민학이란 오랫동안 대접 받지 못했고 우리 또한 알지 못했던 민(民)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삶의 유산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문화란 승리자, 있는 자의 기록이다. 그러다 보니 조상 대대로 내려온 풍습이나 손맛 등은 낡고 오래된 것, 구차한 것으로 치부되어 점점 사라져갔다. 그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버려지고 묻이고 잊혀져간 것들을 다시 발견하고 가꾸고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런 바람들을 실천하기 위해 1986년, 그는 광주민학회를 창립했다. 대학 교수, 대학생, 건축가, 교사, 기자, 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고 연령도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민학회는 한 달에 한 번씩 답사를 갔는데 선착순 마감을 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90년대 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국의 관광문화를 바꿔놓았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민학회는 그보다 먼저 ‘보고 만지고 느끼는’ 답사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문화해설사라는 말이 없던 시절에 회원들 스스로가 답사지에 대해 연구하고 자료를 조사하여 현장에서 풍성하고 다양한 해설로 답사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참으로 ‘뜨겁게 달뜨게’ 활동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광주에서 태어나 90 평생을 광주에서 살면서 무등산과 광주, 민초를 징하게 사랑했던 광주의 큰형님 박선홍은 광주와 무등산, 민초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의 가슴에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