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태극기…시민의식 ‘실종’ 흐린 날씨 1천세대 아파트 중 10여세대만 게양 광주 민간단체 광복절 태극기 달기 캠페인 무색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

2017년 08월 15일(화) 20:01

제72주년 광복절인 15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 오락가락하는 비가 온 탓인지 한 세대만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광복 72주년을 맞아 민간단체 등이 태극기 달기 운동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광복절 당일 광주지역 아파트와 주택가 곳곳에서는 게양된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욱이 간간이 내린 비 때문인지, 일부 지역에서는 게양된 태극기를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단지. 1천여세대가 거주하는 이곳 아파트 단지에 동별로 태극기를 내건 가구는 10가구가 채 되지 않았다.

아파트 인근 주택가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10곳 중 1가구 가량만 태극기를 게양했을 뿐 일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태극기 달기 운동이 무색할 만큼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수년째 시민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효과가 미미한 셈이다.

시민 정모(41)씨는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인데 매년 참여가 저조한 것 같아 아쉽다”며 “일부 보수단체가 태극기를 집회에 이용해 눈살을 찌푸린 적도 있긴 하지만 국민으로서 광복절만큼은 온 국민이 태극기를 게양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비슷한 시각, 광주 서구 한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6개 동에 태극기를 내건 가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물론 이날 비를 염려해 태극기를 내걸지 않았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이모(22·여)씨는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흐린 날씨에 걱정이 돼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르게 살기운동’ 광주북구협의회는 지난 10일부터 가정용 태극기 1천440개, 차량용 태극기 300개 등 총 1천740개의 태극기를 주민들에게 배포해 왔다.

이들은 광복절 당일에도 북구 오치동 삼익2차 아파트에서 가정용 태극기 130개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2008년부터 10년째 나라사랑 태극기 무료 나눔행사를 진행했다.

바르게살기운동 광주시협의회도 지난 11일 광천터미널 등에서 영업용 택시를 상대로 차량용 태극기 400개를 무료로 나눠줬다.

앞서 바르게살기운동 서구협의회는 지난 6월6일 현충일 광천동, 화정1동, 상무2동, 양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1천200개의 가정용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동구와 광산구, 남구협의회도 광복 72년을 맞아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쳤다.

한편, 대한민국국기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날 모든 국민이 국기를 게양하도록 계도하는 데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심한 눈·비와 바람 등으로 국기의 훼손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게양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