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밭에 핀 웃음꽃 김영식 남부대학교 교수

2017년 08월 16일(수) 19:33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한 해 한 해 더해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여름이다. 예전보다 문화 예술 활동이 활발해진 느낌이 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인 것 같다. 며칠 전 강의를 하고 집에 들어와 옷을 벗는데 막내 아들이 나의 윗도리를 보면서 “아빠 옷이 소금밭이 됐네?” 라고 웃으면서 필자의 옷을 가리키는 것 이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아빠가 우리 아들 과자값 벌려고 이렇게 힘들게 강의를 하고 왔으니 우리 아들도 아빠한테 시원한 웃음한번 보여줘봐! 라고 하자 막내아들은 “우~~하하하하하 우리아빠 최고!” 라면서 엄지척을 하고서 웃어 줬다. 그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지면서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 군 생활을 할 때의 기억이다. 더운 7월에 장교교육을 받으면서 특전사에 배치되어 공수교육과 특수전 교육을 받았다. 정말이지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걷는 법이 없이 “공수! 공수!”를 외치면서 항상 뛰어 다녔다. 그때 점심을 먹으면서 옷을 보면 소금이 긁혀 나오고 군화에도 소금이 베어 있었다. 그야말로 온몸이 소금밭이 되어 버린다. 온몸에 땀띠가 나서 밤이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간지러웠고 그 다음날 흘리는 땀으로 그 간지러움을 소독하곤 했던 그런 여름 이었다.

청중들에게 최선을 다해 강연을 하다보면 등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그 땀이 말라 하얗게 띠를 만들면서 소금이 된다. 우연인지 오늘 상무대 초급장교들에게 웃음특강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렇게 더운 여름날 천리행군과 공수교육을 받던 과거 군생활을 되새기면서 열강을 했더니 속옷에서 쉰 냄새가 났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폐지를 주워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연로하신 어르신을 보니 가는 손으로 리어카를 움켜쥐고 땀에 범벅이 된 휘어버린 허리, 걷어 올린 바짓가랭이 사이로 보이는 가느다란 장단지 그리고 다 닳고 닳은 운동화를 신고 40도가 넘는 도로를 목에 두른 수건 한 장에 의지하면서 가고 계셨다.

그 누군가의 삶을 위해 우리 아버지들은 그리고 어머니들은 등판의 소금밭을 일구면서 살고 계신다. 그 한 장면의 사진 만 있어도 우리는 눈물이 난다. 그것을 끌로 파서 판화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아버지의 삶이 된다. 이 찜통 같은 더위에 노상에서 과일을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켜 놓으신 작은 선풍기에서는 아스팔트보다 더 더운 바람이 나오고 연신 흘러내리는 그 땀을 닦은 수건은 쉰밥에서 나는 냄새가 날 것 같다. 가게에서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폐지를 주워 지나가는 누군가의 아버지를 잠시 불러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냉수 한잔이라도 대접해 보는 아름다운 그림이 연출되면 좋겠다. 카페 앞에서 하루 종일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얼음 동동 띄운 아메리카노 한잔 건네 보면 어떨까?

우리 사는 모습이 다 그러할 진데 서로 기대어 땀 한 방울 닦아주는 그런 아름다운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면서 암투병을 하고 계시는 암환우들을 찾아 간다. 그 분들에게 나는 무엇이 될까? 그 분들의 마음이 상하게 하지 않을 소금이 되어야겠다. 내 어머니께서 나를 키우면서 흘렸을 그 많은 땀은 한겨울 김장을 담을 만큼 소금이 되었을 것인데 나는 언제 그 소금이 되어 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