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산구청의 혁명, 인사권력을 내려놓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
| 2017년 08월 16일(수)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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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사다. 고금을 막론하고 인사는 조직성패를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이나, 중요한 만큼 어렵고 또 어렵다.
정부, 일반회사 뿐 아니라 지자체 역시, 인사문제는 늘 난제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제 실시 20여년동안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폐단이 인사시스템 부재로 인한 인사전횡이다. 단체장 선거를 도왔던 인사들이 핵심 고위직은 물론 산하기관 자리에 포진하고 도 넘는 전횡을 일삼는 사례는 너무 흔한 뉴스다. 심지어 매관매직, 승진과 취업을 이유로 돈을 받아 지자체장직을 상실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비난으로부터 예외인 곳도 있다. 광주 광산구청의 경우 획기적인 인사혁신으로 주목 받고 있다. 얼마 전 6월,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광산구청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실세부서로 알려진 기획실장과 행정지원과장 적임자 6명을 놓고 6급이상 310명이 참여해 투표를 했다. 91%가 참여했다.민형배 구청장은 이 투표 결과 1순위자를 임명했다.
2014년에는 사회복지사무관 승진자를 사회복지 직렬 팀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결정했다. 후보자의 역량을 묻고 따지는 토론회를 거친후 행한 투표 결과를 구청장이 승진 인사에 반영했다. 2011년부터 사무관 승진 인사시 평가방법중 하나로 구정현안에 대한 소신과 해법을 기술하는 논술시험을 도입해 승진자료로 활용하는가 하면 부서에 맞는 인재상과 개인이 희망하는 직무선택 기회를 부여하는 인크루트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실시한 동장주민추천제는 인사권을 공무원에서 시민에게 환원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수완동을 시작으로 현재 9명이 주민 투표로 동장이 되었다. 동장주민추천제는 각 동마다 200여명이 주민 투표인단으로 참가해 지역단체와 주민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한다. 동장 후보로 나선 공직자들은 공약과 동 운영계획을 각자 발표하고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왜 자신이 동장으로 적합한지를 적극 설명해야 한다. 주민들은 후보 발표와 토론 등을 듣고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투표한다.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 실험이다.
사실,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가장 막강한 권력은 인사권이다. 인사권을 가지고 공무원조직을 장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사권이 단체장 고유 권한이라는 통설을 깨고 ‘인사권을 조직에 돌려준다’고 선언한뒤 실천을 한 광산구청장의 인사혁신은 전국 모든 지자체가 참고할만하다.
이런 민형배 광산구청장의 인사철학은 노무현참여정부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일할 때 형성되었다고 한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최고의 실세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만들고 스스로도 거기에 기속돼야 인사의 독단과 전횡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대통령의 혁신적인 인사철학이 광산구에 내려와 꽃피운 것이다.
광산구가 처음 조직원과 시민참여 투표로 승진인사를 한다고할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인사·감사·예산·주민자치 같은 소위 빅4 보직에 여성팀장을 발탁하고, 사회복지직 등 행정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진과 영전 기회가 적은 소수직렬을 우대하는 균형감을 보이자 주요보직직원투표, 업무역량·평판·부서운영 능력을 측정하는 집단평가시스템을 인정하게 되었다.
필자는 공무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공개념과 봉사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과 행사하는 권한, 쓰고 있는 예산과 물건이 자기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공개념을 갖추게 되면 공공의 안녕과 이익에 맞지 않는 행정을 지양하게 된다. 따라서 공개념과 봉사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사시스템은 인사권자가 인사권을 흔쾌히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집중된 권력, 사유화된 권력에서 나오는 연고주의나 부정청탁 폐해를 조직시스템이 작동해 막아낼 수 있다. 지자체장이 조직내 간부들에게 인사권력을 분산하면 많은 부작용도 에방할 수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법도 사람 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가 만사다’ 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적소적재에 앉혀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사실, 권력 가진 이들이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집단시스템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고 있다. 자치민주주의 실현은 이제 숙명이다. 누가 뭐래도 자치민주주의 첫 출발점은 인사혁신이다. 궁극적으로 조직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도록 하는 가장 큰 동력은 ‘인사를 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의 인사철학이 곧 그 지자체의 수준이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을 책임지는 기초지자체는 더더욱 조직적 관점의 인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으로 인식되는 인사권을 조직에게 돌려주어 인사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일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광산구청 민형배청장의 인사철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스템에 의한 성과평가는 부조리한 거래, 청탁의 배격으로 업무와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인사제도로 주민에게 정책성과를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진정한 자치와 지방분권은 바로 ‘인사권의 민주화’에서 시작된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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