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단체장 치적’ 뒷말 무성 광주 일부 지자체 비문에 단체장 이름만 새겨 ‘구민들 십시일반 모금 동참’ 본래 취지 퇴색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

2017년 08월 16일(수) 19:50

최근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놓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과 건립추진위원들의 치적사업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평화의 소녀상 비문에 건립비용을 보탠 구민들의 이름은 뒷전이고 해당지역 단체장과 건립추진위원들의 이름만 새겨져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남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14일 양림동 펭귄마을 입구에 건립한 소녀상의 비문을 정비할 예정이다.

현재 소녀상 바로 옆 바닥에 자리한 비문에는 건립 취지와 함께 소녀상을 제작한 작가, 비문 문구를 짓고 새긴 사람들, 건립위 공동위원장 등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추진위 내부에서는 70여개 단체와 주민 500여명이 건립비용 5천여만원을 모아 소녀상을 세운 배경 설명이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다 광산구에 세워진 소녀상 비문에는 명예추진위원장인 구청장과 상임대표 등의 이름만 새겨졌으며, 동구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 15명의 이름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소녀상 비문에 구민들이 함께 동참했다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반면 기존 광주시청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모금인들의 이름을 모두 수록해 동구와 대조된다. 서구는 비문에 임우진 청장의 이름을 별도로 기록하지 않고 서구민 일동으로 적었고, 북구는 모금에 참여한 이들을 적은 표지판을 따로 세울 예정이다.

이와 관련, 남구 추진위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한 배진하 남구의원은 “몇몇 분들의 노고는 알고 있지만 남구 소녀상은 구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세워진 것이다”면서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문구 하나 없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이후에라도 구민들이 동참했다는 문구가 새겨질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은 “관행적으로 안내 표지판에 단체장 이름을 써넣은 것 같은데 이보다는 실질적으로 소녀상을 세울 수 있게 한 주민들의 이름을 쓰는 것이 맞다”면서 “좋은 의미로 세워진 소녀상이 단순히 단체장 공을 기리는 치적사업으로 변질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동·남·광산구 건립추진위는 비문을 추가 설치하는 방향으로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겠다고 답변했다. 또 남구 건립추진위는 남구 관광지인 펭귄마을 입구에 소녀상이 세워진 만큼, 영어·중국어·일본어 등의 설명을 적어 소녀상 건립 의미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도록 할 방침이다.

남구 건립 추진위 관계자는 “소녀상 건립은 시민들의 모금이 없었다면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다”며 “건립 추진위원들과 논의해 새 비문에 도움을 주신 이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하는 방침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