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게 ‘행복’ 이현 |
| 2017년 08월 17일(목)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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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이랄까요? 글을 쓸 땐 온전히 글 속으로 들어가 웃고, 울고, 말하며 사랑하는 느낌이 참으로 좋습니다.”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은 어디서 찾으신가요?”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이야기하면서 찾습니다. 일상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글감이 되니까요. 화가는 일상에서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고, 운동선수는 운동을 통해 풀어내는 것처럼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풀어냅니다. 세상을 통해 소리쳐 말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요.”
“글을 쓰는 게 힘들지 않으신가요?”
“힘들죠.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글이 막힐 땐 정말 힘듭니다. 글을 쓰기 위해 몇 시간씩 앉아 있어도 문장 하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온몸이 녹아나는 것 같거든요. 작품의 길고 짧음을 떠나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혼신을 다해 작품을 써내려간 만큼 손가락하나 움직이는 것도 숨 쉬는 것도 버거울 때가 있으니까요.”
“글을 쓰다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신가요?”
“음, 생각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조용히 산책을 합니다. 마음을 온전히 비우면서요. 그러면 어느 순간 생각이 확 떠오르거든요.”
“작가님은 책도 많이 내셨는데, 돈을 얼마나 버신가요?”
“돈이요? 돈은, ……별로 벌지 못합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인문학교실 등의 수업을 끝내고, 질문을 받다보면 돈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도, 돈을 별로 벌지 못한다는 대답에 시큰둥,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고 싶은 것을 꿈꾸는 건 언감생심,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나이가 먹어도 오래오래 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직업을 꿈꾸어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말에 마음이 아파온다.
하지만, 나 또한 그랬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내라 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다.
요리사도 되고 싶었고, 화가도 되고 싶었고, 성악가도 되고 싶었다. 연극도 하고 싶었고 무용도 하고 싶었다. 우주선을 타고 하늘 높이 씽씽 날아다니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라면서 단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간호학을 전공하게 되었을 때 세상이 온통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 해서 다녔고, 시험을 봐야 해서 공부를 할 뿐이었다.하지만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을 땐 세상이 달라보였다.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을 다니며 늦은 나이에 들어간 학교였지만 피곤한 줄도 몰랐다. 하루 종일 종종 걸음으로 달려 다니다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 가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그 소리 또한 즐거움이었다. 하루 이틀 사흘을, 밥 대신 커피만 먹으며 잠을 자지 않아도 신이 났다.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밤새도록 끙끙거리며 앉아있어도 행복했다. 글쓰기를 통해 얻어진 행복 덕분에 간호사의 길 또한 더 열심히 걸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다.
언제쯤이나 우리도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꿈꾸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들에 마음을 다하며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갈 수 있을까. 날마다 씨익, 웃음이 절로 나는 행복한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