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단체장 치적 악용 안된다

2017년 08월 17일(목) 19:33

광복 72주년을 맞아 광주지역 자치구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가슴 아픈 역사였던 일본 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들을 추모·위로하고 다시는 전시 성폭력 문제가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담은 ‘평화의 소녀상’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만 자치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 취지와는 달리 자칫 단체장 치적비로 전락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세계 위안부 기림일’에 세워진 소녀상은 민간단체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들이 건립 비용을 보태 세웠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일부 자치구에서 소녀상 비문에다 건립에 동참했던 시민들은 뒷전인 채 단체장 및 정치인들의 이름만 새겨놔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주 남구의 경우 남구의 경우 소녀상 바닥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책임을 촉구하며, 광주 독립운동의 거점이자 관광명소로 부상한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에 건립했다는 취지의 글과 함께 그 아래에 소녀상 건립추진위원장, 남구청장, 구의회 의장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소녀상 비문에 특정 인사의 이름 없이 ‘서구민 일동’으로 갈음하고 영어와 일본어 번역도 함께 실어 시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광주 서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비난이 빗발치자, 남구 추진위는 조만간 소녀상 비문 관련 논의를 통해 수정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70여년전 이 땅에서 자행된 어린 소녀들에 대한 일제의 인권 유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뼈아픈 교훈이다. 그 교훈을 되새기자는 차원에서 소녀상을 세운 일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십시일반 시민들의 뜻을 모아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비용으로 세워진 소녀상은 비록 손으로 빚은 조형물이지만 민족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깃든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아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그 아픔을 함께 하고 치유하려는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소녀상은 올바른 역사를 세우기 위한 소중한 결과물이다.

더 이상 소녀상을 둘러싼 잡음이 일어서는 안 된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이웃의 아픔도 함께 하자는 당초 취지를 되새겨야 할 때다.